“1970·80년대 금리인상 방식으로 대응한 것 자체가 실수”
“연준 금리 1%p 올리면 빈국 GDP 0.8% 감소”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이날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연례 보고서에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계속하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경기침체 수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을 선두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올해 들어 경쟁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코로나19 시기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선 연준은 그 뒷감당을 하느라 세계를 긴축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연준은 지난 3년간 약 3조 달러(약 4300조 원)를 시장에 쏟아부으면서 물가 급등을 부채질했다. 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를 돌파하는 데도 일시적이라고 오판하고 조기 대응에 실패하는 우를 범했다. 이후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6개월 새 기준금리를 제로(0)%에서 3.25%까지 끌어올렸다. 또 올해 말까지 금리를 4~4.25%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거침없는 금리 인상은 다른 나라를 자극했다. 고물가와 급격한 자본유출에 직면한 중앙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영국 영란은행은 지난달 두 번 연속 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스웨덴과 캐나다는 아예 파격적으로 1%p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했고 스위스는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 인상)으로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종료했다.
UNCTAD는 “주요국의 이 같은 도미노 금리 인상은 위험한 도박으로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70·80년대의 ‘매파’ 정책을 재연한 것 자체가 실수”라고 꼬집었다. 현재 인플레이션이 상품·서비스에 대한 초과 수요보다는 식품·에너지 가격 급등과 세계 무역 차질에서 비롯됐다는 이유에서다.
선진국이 잘못 대응한 결과는 특히 개발도상국에 치명적이다. UNTAD는 “연준의 기준금리가 1%p 인상되면 이후 3년간 다른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5% 줄고, 빈곤국은 0.8%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이어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만으로도 빈국의 GDP가 3600억 달러 감소한다”며 “추가 긴축이 나올 경우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UNCTAD는 올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내렸다. 내년 성장률은 2.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은 “침체의 벼랑 끝에서 물러날 시간이 아직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취약한 그룹을 지원할 도구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행동 방침은 특히 개도국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세계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UNCTAD는 개발도상국을 사지로 내몰지 않는 방식으로 고물가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금리 인상 대신 전략적 가격 통제, ‘횡재새(windfall taxes)’ 도입과 반독점 조치를 예시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