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 가정의 ‘트라이앵글’ 합작품
베스트 셀러 작가 제시카는 저서 ‘우리 아이,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The Danish Way of Parenting)’에서 덴마크만의 육아 비법을 소개해 어린 자녀를 둔 우리나라 부모들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제시카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건 보육에 대한 덴마크의 철학과 가치였다. 사고방식에서 삶을 다루는 정책이 나온다. 덴마크의 정책을 알기 전에 그들의 삶과 사고의 방식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기자가 다짜고짜 높은 출산율을 견인한 정책이 무엇인지부터 캐물었으니, 접근 우선순위가 뒤바뀐 셈이다.
제시카는 “덴마크 사회는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르다”고 했다. 자녀를 단순히 어린 아이가 아니라 ‘미래 그 자체’로 여긴다는 것이다. 언뜻 당연한 말 같지만 여기서 정책의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부모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주 37시간제가 정착했다. 자녀가 아플 경우 1~2일 유급 휴가도 허용했다.
아이를 존중하는 문화는 부모에 대한 인식도 바꿔 놨다. 제시카는 “부모란 힘들지만 최고의 ‘직업(job)’이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일인 만큼 성별을 가릴 이유도 없다. 남성의 육아 참여는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가사 분담에서 남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그만큼 육아 휴직에 들어간 여성의 일터 복귀도 사회 전체가 북돋는다. 제시카는 “여성의 커리어를 존중하고 사회 참여를 권장하니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오른다”며 “아이러니하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행여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이 뒷전으로 밀리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제시카는 “덴마크 사람들은 일을 잘하려면 삶이 좋아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고 답했다. 가정이든 취미든 개인의 삶이 잘 굴러갈 때 업무 성과도 높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오후 4시가 넘어서까지 근무를 하고 있으면 상사가 다가와 “가서 다른 것 좀 하지 그래?”라는 게 덴마크 문화라고 했다. 일을 많이 하고 또 열심히 하지만, 개인의 영역도 존중한다는 의미다.
철학과 가치를 토대로 만들어진 정책은 시간의 도움을 얻어 사회에 뿌리내렸다. 사회의 공통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가 정책을 짜고, 기업과 기관이 잘 적용하니, 가정은 신뢰로 보답했다. 기업과, 정부, 가정의 합작 ‘트라이앵글’이 완성된 것이다. 제시카는 “모든 게 분명한 ‘기준(standard)’이 된 사회는 불확실성이 적다”며 “그렇다 보니 부모가 된다는 것에 부담, 불안,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겁먹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책을 흉내 내기는 쉽지만 철학과 가치관을 바꾸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사고 전환이 필요한 저출산 문제는 그래서 풀기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제시카는 “(상황이 심각한데)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미국인인 제시카는 덴마크 남성과 결혼해 ‘이방인’으로서 자녀를 키웠다. 덴마크인은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그들의 다름을 느끼고 말할 수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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