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탈중국] ② 인플레 감축법, 기후 성과 냈지만...지나친 자국 중심주의 반발 고조

입력 2022-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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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조원 청정에너지 투자, 변화 가져올 것”
기후 대응이란 이름으로 지나친 미국 공급망 강조
한국·중국·EU·일본, ‘WTO 규정 위반’ 한목소리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9월 20일(현지시간)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과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9월 20일(현지시간)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과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역사적인 기후 법안 중 하나로 환영받고 있지만, 동시에 지나친 자국 중심주의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안드레아 클라바우 글로벌에너지센터 선임연구원은 “IRA는 지난 10년간 기후 분야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투자를 담았다”며 “세액 공제를 포함한 약 3700억 달러(약 526조 원)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는 미국의 에너지 시스템과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IRA가 미국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클라바우 연구원은 “IRA 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난을 겪는 유럽이나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에너지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개발도상국에 관한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열릴 제27차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7)의 밑거름이 될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관련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이 지나친 ‘자국 중심주의’라는 국제사회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갈등을 의식하다 보니 자유주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건 물론 미국을 우선하는 경제 민족주의를 택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고립주의’에 빠졌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이 IRA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고 하는 당사국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IRA가 나온 직후 “미국이 국제 경쟁에서 무기력함을 느끼자 보호무역주의를 택했다”며 “IRA가 친환경 자동차 시장과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겠지만 중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미미할 것”이라고 IRA를 깎아내렸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본격적인 대응 예고도 잇따랐다. 수줴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브리핑에서 “IRA가 WTO의 ‘최혜국 대우’ 조항과 ‘내국민 대우’ 조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은 필요한 경우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훠지안궈 WTO 중국연구소 부소장은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유럽연합(EU)도 IRA는 해외 생산자 차별을 금지하는 WTO와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에 반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외교부는 8월 말 미국 측에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치를 2025년까지 유예하는 잠정 조치를 제안한 데 이어 9월에는 조현동 1차관, 이도훈 2차관이 연이어 미국을 찾아 협의에 나섰다.

현대자동차,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 등이 가입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IRA 통과 직후 미국 하원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방미에 나서는 등 업계 차원의 대응도 이어졌다.

EU는 당초 IRA가 차별적이라는 비판에 그쳤으나 마찬가지로 WTO 제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리암 가르시아 페러 EU 집행위원회(EC) 대변인은 지난달 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IRA 문제를 놓고 한국 정부와 협력할 의사가 있는지’라는 질문에 “뜻을 같이하는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EU는 이제 WTO 제소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EU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도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일본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7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 “일본 브랜드가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이번 조치는 WTO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도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정부와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토비타 차우 저스티스이즈글로벌 이사는 “미국의 이중잣대가 드러난다”며 “미국은 멕시코와 중국, 또는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IRA, 반도체 지원법 등 자국 제조업 육성책을 펼쳤을 때 크게 반발한 전례가 있다”고 꼬집었다.

IRA에는 미국 청정에너지 기업을 우대하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미국은 멕시코 정부가 에너지 분야에서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정책을 펼친다며 이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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