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말고 '남의 집' 살겠다는 사람 늘었다…전월세 거래량 통계작성 이후 최대

입력 2022-10-03 09:41 수정 2022-10-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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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세입자로 살겠다는 사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집값 내림세가 본격화하자 내 집 마련을 뒤로 미루고 임대차 시장으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임대차 거래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확정일자 기준 올해 1~8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87만807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9만8559건)과 비교하면 25.32% 증가했으며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월세 거래량이 가파르게 늘었다. 월세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 1~8월 전국에서 계약된 전세와 월세는 각각 91만6048건, 96만20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전세 85만6493건·월세 64만2066건)과 비교하면 각각 6.95%, 49.83% 증가했다.

반면 매매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으며 역대급 거래절벽에 빠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8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38만5391건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3만7317건이 거래된 것에 비해 47.73%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요자들 사이에 집값 고점 인식이 퍼진 가운데 주택 매수가 줄고 임대차 계약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 하락이 예측됨에 따라 수요자들이 지금은 주택을 구매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주거에 대한 선택지는 매매해서 자기 집에 살거나 전월세로 살거나 두 가지밖에 없다”며 “특정 연령층은 특정 시기에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데 최근에 매매시장은 역대 최저수준의 거래량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쪽이 줄면 다른 한쪽이 늘어나는 구조에서 지금은 너도나도 내 집 마련 시기를 뒤로 미루니까 전월세 거래량이 폭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실제로 집값 내림세는 뚜렷한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8월 전국 아파트값은 0.51% 떨어지면서 2월 이후 꾸준히 약보합세를 보이며 올해 들어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반면 전국 아파트 월세는 △1월 0.22% △2월 0.18% △3월 0.20% △4월 0.21% △5월 0.22% △6월 0.21% △7월 0.22% △8월 0.20% 등 지난해에 이어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거래량 급증이 주거 불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월세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임대료도 함께 상승하는 등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전월세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이 썩 유쾌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매매시장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전월세 값이 폭등하면서 결과적으로 주거불안 문제, 주거비용이 늘어나는 문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매매시장의 가장 큰 변수인 금리 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당분간 전월세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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