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리모델링 수주 경쟁 치열
서울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 마련
건설업계가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리는 방식의 정비사업이다. 적용 규제도 적고, 속도도 빨라 최근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사업지가 늘고 있다. 서울시도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만큼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28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8월 전국기준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전체 132곳 10만6129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준 94곳(7만889가구) 대비 약 40% 늘어난 수치다. 리모델링 사업지가 늘면서 건설업계도 적극적인 수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삼성1차’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단지는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지하 1층~지상 18층 576가구를 지하 2층~지상 25층 662가구로 탈바꿈한다. 공사비는 약 3027억 원이다.
이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단독으로 시공하는 첫 사업지인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에게는 의미가 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월 쌍용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광명 철산한신 아파트 리모델링’을 수주하면서 리모델링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계속해서 컨소시엄 형태로만 수주를 이어왔다. 쌍용·대우건설과 ‘가락 쌍용1차아파트’, DL이앤씨와 ‘수원 신성신안쌍용진흥아파트’를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0월 도시정비영업실 산하 리모델링TF를 리모델링영업팀으로 격상하는 등 향후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더 열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업계에서 리모델링 수주 1위를 달성했던 포스코건설은 올해 1기 신도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방안이 시장에서 공감받지 못하자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돌리는 단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27일 일산 내 최초 리모델링 사업지인 ‘문촌마을 16단지’를 수주했고, 7월에는 평촌 ‘한가람신라’ 아파트 리모델링 시공권을 따냈다. 포스코건설은 1기 신도시 내 리모델링 사업의 저변을 점차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용적률이 높은 평촌, 산본, 중동 신도시와 주변 택지개발지구 내 주요 사업지를 공략할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는 리모델링을 포함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수주 확대를 위해 ‘1기 신도시 수주 추진반’도 신설했다.
한화건설은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염창 무학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단독으로 수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했다. 앞서 1월에는 리모델링 사업 확대를 위해 전담팀을 따로 꾸리기도 했다. 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5층~지상 24층, 302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건설사들은 최근 주택시장이 하향곡선을 그리자 상대적으로 사업 속도로 빠르고 분양에 대한 부담도 적은 리모델링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공을 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도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리모델링 시장 확대를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여기엔 주차장, 놀이터 등 공동시설을 개방하거나 친환경 건축 등을 하면 용적률을 높여주는 방안이 담겼다. 또 사업 시 조합운영비 등 공공자금을 지원하고, 건축·교통 통합심의를 통해 절차도 줄여주기로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리모델링 전담 사업팀을 따로 만들어 사업을 특화하는 게 업계의 새로운 분위기로 자리잡았다”며 “정부와 지자체도 활성화를 약속한 만큼 적극적인 수주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