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대해 "생존 방향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최 회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안전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미중 갈등과 관련해 군사적 충돌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한 여러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공장 노후화 문제로 중국 공장 이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부의 지원이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을 제정하며 핵심 제품의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상황이 한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결국 세계가 디커플링(탈동조화)하는 것으로 그 속도와 깊이, 그리고 어느 부분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우리한테 리스크가 더 클 수도 또는 기회가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전개되는 중이라 딱 잘라서 우리한테 유리하다 불리하다 말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조금 더 조건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데 지금은 완전히 좋다, 나쁘다 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 "(뒷통수 맞았다는 시각은)별 도움이 안 되는 감정적 대응"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내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차분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며 "현대차가 너무 경쟁력이 좋기 때문에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도 이 문제를 충분히 뚫고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화상면담에서 '미국이 투자를 많이 유치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제조업 노동력의 경쟁력을 많이 노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면담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걸린 바이든 대통령이 대면으로 만나지 못해 미안해했다"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백악관에서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막대한 해외 투자로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전체 투자 계획이 2030년까지 250조 원 되는데 해외투자가 환율이 올라서 70조 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 국내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해외 투자가 필수"라며 "이번에 발표한 대미 반도체 투자는 주로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첨단패키징 등 새로운 기술로 이런 것은 한국에 없으니 여기에 투자해서 내부화를 해야 계속 (국내에도)투자할 능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미국 등과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대기업이 현지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게 정부의 '손목 비틀기'냐는 질문에는 "비튼다고 비틀어지지도 않는다"며 "아주 옛날에는 그런 게 있었다고 알지만, 요새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외국에 나가 투자하는 게 솔직히 위험하다"며 "양국 정상 차원에서 투자를 보장하고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주는 게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