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단독회담 없을 것”…다자회담 고집 이유는?

입력 2022-09-17 10:06 수정 2022-09-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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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해외순방 뒤 여야 대표들과 회담 추진 방침
"영수회담은 구시대적"…단독회담 일축해와
하지만 文 제안으로 홍준표 단독회담 전례 있어
"與 대표 엄연히 있고 尹 당무 개입 안해" 반박

▲지난해 11월 24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이투데이DB)
▲지난해 11월 24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이투데이DB)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이 임박했다. 오는 18~24일 해외순방을 마친 뒤 열릴 전망이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구한 영수회담, 즉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단독회담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용산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그간 다섯 차례나 영수회담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와의 소통은 언제든 열어둔다면서도 시점을 국민의힘 지도부 공백 등 정치권 상황이 정리된 뒤로 미뤄왔다. 아울러 영수회담이라는 용어를 구시대적이라며 부정하며 단독회담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설명하는 영수회담을 부정하는 이유는 대통령은 여당의 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당의 총수 역할도 겸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여당의 대표가 따로 있고, 원칙적으로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있다. (이투데이DB)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있다. (이투데이DB)

이진복 정무수석이 지난 14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구시대에 썼던 말”이라며 “과거 여당 총재가 대통령일 때는 영수회담이 맞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만남이 맞다”고 말한 이유다.

이 수석은 그러면서 윤 대통령 해외순방 이후 회담 개최를 고려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국민의힘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정의당도 비대위가 정리되면 방식이 어떻게 되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과 정의당까지 여야 대표가 모두 모이는 다자회담 형태라는 점을 못 박았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영수회담 요구는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방탄조끼’라 규정하며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가시화되자 이 대표가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방탄조끼로 삼으려는 게 아닌가”라며 “면죄부를 얻기 위해 무언가 거래하려 한다면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기대하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3월 7일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오른쪽)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연 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3월 7일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오른쪽)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연 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임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18년 4월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이던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제안해 단독회담을 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3월 여야 대표들을 초청해 회담을 연 데 이어 홍 대표에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 외 다른 야당들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에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 단독회담이 진행된 바는 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영수회담이 구태인 건 맞다”며 “윤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하지 않으며 여당의 독립성을 지키고 있고 그런 여당의 대표가 엄연히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단독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대통령의 해외순방 뒤 성과를 국회에 설명하는 자리는 통상적이라며 이 대표가 정치적인 의도로 여러 차례 요구했다는 지적을 내놨다.

그는 “이번에 추진을 검토하는 대통령-여야 대표 회담은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관례적인 것”이라며 “거기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백이라 회담을 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 대표가 여러 차례 촉구해 마치 자신의 요구로 회담이 이뤄진 것처럼 만들려 한다”고 짚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예방, 권성동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예방, 권성동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가진 여소야대 상황이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고 전례도 여럿 있음에도 다자회담을 고집하는 건 회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맞수인 당시 대선후보이던 이 대표와 언변 면에서 비교되면서 ‘무능 프레임’이 견고해졌다는 분석이 많아서다.

더구나 이 대표는 야당으로서 비판하는 공세적인, 반면 윤 대통령은 집권세력으로 수세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윤 대통령 본인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인사들의 발언이 잇달아 논란을 일으켜 야당의 공세를 받아왔던 상황이라, 더욱 이 대표와의 직접적인 언쟁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의 경우 이미 앞서 지난달 31일 이 대표가 예방한 자리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예산이 삭감된 것을 콕 집어 곤란을 겪은 바 있다. 지역화폐는 문재인 정부가 주도한 정책인 데다 국민의힘은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을 제기해와 삭감한 것이지만, 정책 대상이 소상공인·자영업자라 섣불리 반박하기 어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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