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ㆍ태양광 등 신ㆍ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국제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했으며 정부의 강제가 아닌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되는 만큼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RE100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 더 클라이밋 그룹의 검토 후 여부가 결정된다. 가입 후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받게 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미 RE100을 달성한 60여 개 기업을 비롯해 전 세계 350여 곳이 회원사로 활동 중이다.
국내 그룹 중 RE100에 가장 먼저 가입한 곳은 SK이다. 2020년 SK(주),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 등 6개사가 RE100에 가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4개 계열사가 RE100에 가입했다. LG그룹도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가 RE100에 동참했다.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인증서(REC) 구매, 녹색 요금제,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 등을 통해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
삼성전자는 우선 5년 내에 모든 해외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 서남아와 베트남은 2022년, 중남미 2025년, 동남아∙CIS∙아프리카는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완료한다. 이미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 미국, 중국,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체결하는 PPA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력 사용으로 인해 배출한 탄소는 1700여만 톤이다. 삼성전자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30년생 소나무 20억 그루가 한해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삼성전자를 비롯한 10개 기업에 탄소배출 감축 관련 주주 서한을 발송했던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APG의 박유경 아태지역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삼성전자의 선언은 총수 일가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의 최종 의사결정이 있어 가능했던 만큼 과감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당장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의 석탄ㆍ천연가스 의존도가 60%인 것과 비교해 신ㆍ재생에너지 비중은 7.5%에 불과하다.
비싼 국내 재생에너지 가격도 걸림돌이다. 미국과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LCOE)는 석탄ㆍ원자력 대비 비슷하거나 낮지만 국내는 석탄ㆍLNG 보다 높은 수준이다. 태양광 kWh당 발전단가는 △한국 116원 △중국 42원 △미국 48원이며,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가격도 △한국 43원 △중국 1.2원, △미국 1.2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생산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충분한 부지가 있고 자급할 여력도 있으나 국내는 재생에너지를 수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자체 생산 여건도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