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치 지고 12인치 뜬다”…웨이퍼 시장 격동

입력 2022-09-11 09:34 수정 2022-09-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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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침체로 8인치 수요 둔화
효율ㆍ수익성 따져 12인치 전환 가속
웨이퍼 업체들, 설비 등에 적극 투자
장비사들도 12인치 선회…8인치 장비 기근

▲예스파워테크닉스 관계자가 칩 제조공정이 완료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SK)
▲예스파워테크닉스 관계자가 칩 제조공정이 완료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S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던 8인치(200㎜) 웨이퍼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전망이다. 반면 12인치(300mm)는 견조한 수요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는 파운드리 기업들이 12인치로 전향하고, 웨이퍼 업체는 물론 8인치용 장비를 만들던 장비 업체도 12인치로 선회하고 있다. 8인치용 장비는 중고가 아닌 이상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업계에서는 8인치 시장은 성장에 한계가 있는 데다 수익성도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폐쇄 또는 용도가 변경된 웨이퍼 팹(공장)은 총 92개로, 해당 기간 폐쇄된 웨이퍼 팹 가운데 6인치(150mm)와 8인치 팹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한 웨이퍼 업계관계자는 “8인치 기반 업체들은 일찍이 12인치로 전환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웨이퍼 업계들도 일제히 12인치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반면 8인치에서는 투자가 거의 없는데 투자가 곧 성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8인치 성장은 멈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점 큰 12인치…웨이퍼 업체도 적극 투자

▲사이즈별 웨이퍼 수요 추이 (출처=옴디아)
▲사이즈별 웨이퍼 수요 추이 (출처=옴디아)

12인치의 높은 성장 배경에는 12인치 웨이퍼를 필요로 하는 칩메이커(반도체 회사) 및 파운드리 기업들의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하고 있다. 기술 발전 및 제조 비용 이점 등으로 12인치 수요는 지속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8인치 웨이퍼에 대한 수요는 정체하는 반면, 같은 기간 12인치는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전체 웨이퍼 가운데 12인치의 비중은 이미 2년 전부터 70%를 넘어섰다. 옴디아는 오는 2024년 12인치의 비중이 74.4%에 달하고 8인치는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반도체 업계관계자는 “칩메이커들도 8인치보다 12인치를 더 많이 주문하고 있다”며 “8인치와 비교해 12인치에서 단위 면적당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가 더 많아 수익성과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실트론 전경 사진 (사진제공=SK실트론)
▲SK실트론 전경 사진 (사진제공=SK실트론)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이 12인치 웨이퍼로 옮겨가면서 웨이퍼 업체들도 분주하다. 12인치를 기반으로 투자를 늘리는 반도체 회사들에 웨이퍼 회사들도 자연스럽게 따르는 모습이다. 글로벌 웨이퍼 업체들은 12인치 투자에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현재 12인치 웨이퍼 시장 글로벌 3위인 SK실트론은 올해 초 경북 구미 산업단지에 3년간 1조49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2인치 웨이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설비 건설 목적이다.

또 업계 1위인 일본 신에츠는 올해 1분기 8400억 원 투자를 단행했고 2위인 일본 섬코도 지난해 12인치 웨이퍼 라인 추가를 위한 2조4000억 원 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6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도 미국 웨이퍼 공장 신설에 약 6조42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둔화하는 8인치, 고공행진하는 12인치

▲웨이퍼 업계 최초로 탄소 발자국 인증을 취득한 SK실트론 웨이퍼 제품 (사진제공=SK실트론)
▲웨이퍼 업계 최초로 탄소 발자국 인증을 취득한 SK실트론 웨이퍼 제품 (사진제공=SK실트론)

이론적으로는 8인치, 12인치 어디서나 저가형, 하이엔드급 제품을 모두 찍어낼 수 있다. 하지만 수익성과 효율성, 장비 수준 등을 고려해 사이즈별로 생산하는 제품에 차이가 있다.

‘레거시’로 일컫는 8인치 웨이퍼 팹은 비교적 오래된 생산설비로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 반도체(PMIC),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등 성숙 제품을 생산한다. 주로 가전ㆍIT(정보통신) 제품에 들어간다. 반면 12인치에서는 고부가 하이엔드 제품을 생산한다.

업계에선 8인치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고 성숙 제품의 쇠퇴 가능성 탓에 최근 지속하는 경기 침체에 더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소비자 수요 심리 위축 등으로 가전ㆍIT(정보통신) 제품에 대한 수요 둔화가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8인치 제품 전반에 걸쳐 주문 취소가 이어지고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며 가격 하락 폭도 커질 전망이다. 반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소품종 대량생산’의 12인치는 소비재 수요 하락에 타격을 덜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완제품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8인치 웨이퍼 공정 가동률이 90~95%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3분기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가격이 2분기 대비 8~10%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3나노 양산 주역들이 화성캠퍼스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3나노 양산 주역들이 화성캠퍼스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현재 반도체 업계의 주류는 12인치다. 로봇,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에 대비해 고부가ㆍ고성능 제품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12인치의 성장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8인치에서 12인치로의 전환과 그 비중을 늘려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특히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데 8인치보다 12인치가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인치와 12인치 사이에 비용ㆍ효율성 차이가 있고, 차세대 제품 생산을 위한 고성능의 최신 장비들이 12인치에 맞춰 나오고 있는 것도 이유”라며 “다만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서 이미 확보된 고객이 있다 보니 모든 8인치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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