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줄이기 바쁜 정부, 말로만 “K-유니콘”…독일은 40兆 쏟아붓는다

입력 2022-09-07 05:00 수정 2022-09-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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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스타트업 업계 “빙하기, 정부 지원 축소 우려”
한국 정부 벤처 예산 줄이는데…돈 쏟아붓는 유럽
독일 40조, 영국 2027년까지 GDP 2.4% 투자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유동성 위기와 함께 모태펀드 축소 등 벤처 예산을 줄인 정부 정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는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 벤처 투자 예산을 대규모로 확대하는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2023년도 정부의 벤처·스타트업 육성 예산은 1조9450억 원으로 올해(3조9570억 원)보다 2조 원 넘게 줄었다.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되는 모태펀드 예산은 3135억 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40% 축소됐다.

정부는 이제 벤처 투자 시장을 민간 중심으로 꾸려나갈 시기라는 입장인데, 당장 예산이 줄어도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모태 펀드가 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투자가 황폐화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중기부 내부적으로 보고 있는 전망은 내년 하반기이며,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9월 현재 메쉬코리아(부릉), 오늘식탁(오늘회) 등 시리즈 B 기업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미국처럼 민간 투자를 활성화 시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지금처럼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왜 하필 지금 모태 펀드 규모를 줄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에 있는 콘텐츠 스타트업 A사는 올해 초 40억 규모 투자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LP(출자자)들이 돈을 넣지 않아 투자가 결렬됐다. A 사 관계자는 “VC(벤처캐피탈)들이 투자를 결정해도 LP들이 돈을 넣지 않으면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벌써부터 이렇게 시장이 출렁이는 데 내년 하반기는 파국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에서는 ‘팁스’(TIPS), ‘아기유니콘’ 등 초기 스타트업 지원 사업 규모를 키웠지만,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시리즈 B 이상의 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항집 센터장은 “아직까지 초기 스타트업 사이에서 위기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면서 “몸집 불리기를 해서 일정 정도의 수준을 넘어야 수익이나 매출로 끌어낼 수 있는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스타트업에 40조 투자하는 독일…“우리도 장기적 관점 투자 필요”

▲독일 정부 스타트업 특사 안나 크리스트만이 지난 7월 독일 정부가 2030년까지 총 300억 유로를 투자하는 대규모 스타트업 지원 정책 결정에 환영한다는 내용의 트위터를 올렸다. (사진캡처=안나 크리스트만 트위처 캡처)
▲독일 정부 스타트업 특사 안나 크리스트만이 지난 7월 독일 정부가 2030년까지 총 300억 유로를 투자하는 대규모 스타트업 지원 정책 결정에 환영한다는 내용의 트위터를 올렸다. (사진캡처=안나 크리스트만 트위처 캡처)

우리와 반대로 세계 각국 정부는 스타트업 육성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미국 IT기업에 위기감을 겪은 유럽 국가들이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지난 7월 2030년까지 총 300억 유로(약 40조 8222억 원)를 투자하는 대규모 스타트업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영은행 KfW와 개인 투자자들이 함께 100억 유로 규모의 ‘퓨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퓨처펀드는 우리의 모태펀드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일정 금액을 출자하고 VC가 민간 LP들을 모아 결성하는 형태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독일은 전통적 제조업 국가에서 벗어나고자 10년 전부터 스타트업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단순한 재정 지원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매칭해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 등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2027년까지 혁신 테크 분야 투자를 GDP 2.4%까지 늘리기로 했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적어도 10억 유로(약 1조 3000억 원) 이상 규모의 펀드 10~20개를 조성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또 능력 있는 해외 빅테크 기업인에게 명예 시민권이나 테크 비자를 발급해, 이들이 프랑스에 살며 자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각국 정부 예산과 별도로 유럽연합 산하 유럽혁신협의회(EIC)가 올해 17억 유로 규모의 벤처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전성민 교수는 “지금의 정부 정책은 대학교 1학년 등록금만 딱 주고 나머지 학년은 나몰라라 하는 격”이라면서 “페이스북도 창업해서 상장할 때까지 10년 걸렸는데, 정권과 상관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태 펀드 등 벤처 투자 지원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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