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삼킨 ‘긴축 공포’…전문가들 “추세적 상승 어려워”

입력 2022-08-29 15:54 수정 2022-08-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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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 우려했던 ‘파월 쇼크’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매파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인플레이션 고점 통과와 연준의 정책 완화 기대감에 반등하던 증시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29일 코스피지수는 2426.89(-2.18%)까지 밀리면서 지난 한 달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81% 하락해 779.89에 장을 마쳤다. 원ㆍ달러 환율은 19.1원 오른 1350.40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4월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이다.

증시 덮친 ‘검은 월요일’…2400선 턱걸이

이날 우리 증시와 외환시장이 ‘검은 월요일’을 보낸 데는 지난 주말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이에 따라 뉴욕 증시가 급락한 영향이 크다.

2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며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준이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예정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일각의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같은 날 뉴욕 증시는 긴축 우려를 반영해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08.33포인트(3.03%) 내린 3만2283.4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1.46포인트(3.37%) 떨어진 4057.66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97.56포인트(3.94%) 하락한 1만2141.71로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연저점을 낮출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미 6월 급락장에서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이유에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달 코스피 밴드를 2400~2600포인트로 제시하면서 “경기 방향성도 좋지 않고, 통화정책도 우호적이지 않아 주가가 올라야 할 이유가 많지는 않지만 이런 우려들은 상반기에 상당 부분 반영돼 주가가 과도하게 조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외 증시가 변동성을 키운 건 시장이 연준의 정책 선회 가능성을 앞서 내다본 데 따른 ‘역풍’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 방향은 다 알고 있던 것들”이라며 “당분간은 투자자들이 앞서가는 일이 제한될 수 있어 오히려 변동성이 축소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잭슨홀 미팅의 결론은 긴축(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지거나 (완화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시장의 막연한 기대가 차단된 것”이라며 “물가와 긴축, 침체 등에서 본질적으로 달라진 건 없기 때문에 하단이 흔들릴 충격은 없다”고 했다. 코스피 밴드는 2300~2600선 내외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주 나올 경제지표들이 긴축 완화 기대감의 불씨를 되살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주 나올 중국, 유로존 경제지표는 부진할 전망이다. 미국 고용지표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용 둔화 조짐으로 긴축 완화 기대감이 단기 형성될 수 있지만, 연준의 긴축 기조는 바뀌지 않는 불편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말까지 박스권 장세 전망…코스피 앞날은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추세적 상승 전환도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하단 압력을, 높은 물가와 긴축이 상승 여력을 제한할 것”이라며 “미국이 금리 인하로 전환하기까지 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고 말했다.

연준의 긴축을 뒷받침하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한편, 시장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속도를 확인할 때까지는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용이 좋으면 연준이 강한 긴축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데, 물가나 임금은 계속 올라 시장을 헷갈리게 한다”며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도 속단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4분기 중 추세 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긴축 외에도 물가 하락과 함께 나타날 경기 둔화, 기업이익 하향 조정, 지표에 기반한 통화정책 경로 조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긴축과 실적이 함께 턴어라운드(상승 전환)하는 시기가 추세 전환 시점이며, 4분기 경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불안할수록 실적에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시장이 불안한 상황일수록 실적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불확실성이 클수록 실적 가시성이 높은 업종에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초과수요 국면이 유지되고 있는 이차전지, 자동차 등이 대표적이고, ‘탄소중립’ 방향성 아래 유틸리티와 신재생 관련 업종의 성장성 또한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커지면 주가가 매력 있다는 것”이라며 “가치 대비 가격이 매력적인 기업을 찾아야 한다. 업종으로 보면 음식료, 자동차, 조선 등을 좋게 본다”고 말했다.

김용구 연구위원은 “가격이 싼 종목 중 실적이 좋은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며 “그런 관점으로 보면 정유와 방산, 긴 호흡으로는 반도체, 2차전지, IT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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