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산업의 몰락] "배달이 3배 더 번다"…'낡은 규제·열악한 처우' 악순환 가속

입력 2022-08-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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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사납금' 제도 폐지됐지만
"할당량 못 채우면 기본급 차감"
전액관리제 '변종사납금' 오명

배달업 '이직러시' 인력난 가중
서울 법인택시 70%가 미운행
승차공유 등 새 교통 시비스도
정부ㆍ전통업계 반발에 제자리

택시업계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반사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는 지하철과 버스를 피해 혼자서 이용할 수 있는 택시탑승이 늘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다수의 기업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며 택시 이용자 수는 급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다 보니, 배달앱을 활용한 음식 배달업이 호황을 맞았다. 이에 택시기사들은 돈벌이가 안 되는 택시운전대를 놓고 오토바이 핸들을 잡는 기사들이 크게 늘었다.

◇젊은 기사 떠나고, 고령 기사들만…‘택시기사 대란’= 택시 기사들이 줄어들다 보니 택시 회사에서는 차고지에 서있는 빈 택시가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 법인택시 가동률은 올해 초 30%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는 2019년 말 대비 9400명이나 감소한 상태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택시회사의 실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젊은 기사들은 떠나고 고령의 기사만이 남아있는 상황에 늦은 밤 운행을 꺼리는 택시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에서 법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택시기사 A씨는 “최근 2년간 젊은 택시기사들은 수익성이 더 높은 배달업으로 많이 전직했는데, 기사 수급이 되지 않아 빈 택시가 늘어나고 있다”며 “고령의 기사들은 밤~심야 시간에 일하기 어렵기 때문에 밤에는 택시잡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택시를 잡을 수 없는 ‘택시대란’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실상은 차량을 운행할 사람이 없는 ‘택시기사 대란’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서는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전액관리제를 도입했지만 ‘변종사납금 제도’라는 오명을 쓴 채 운영되고 있다. 기본급을 설정한 뒤 한 달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이 악화돼 심할 경우 생계유지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호소한다.

택시기사 B씨는 “같은 시간 근무한다고 생각하면 택시 운전 대비 배달업이 2~3배는 많은 금액을 벌 수 있는 정도”라며 “택시운전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택시기사 대란을 해소하고, 자연스럽게 택시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전통산업 반발·플랫폼과 갈등…택시대란 ‘부메랑’으로 = 정부의 규제가 택시대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플랫폼 업계에서는 택시대란을 내다보고 택시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여 왔다. 2014년 우버엑스가 한국에서 출시됐을 때만 해도 이동 혁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불법 규정에 우버엑스는 제대로 서비스를 펼쳐보지도 못하고 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019년에는 카카오가 출퇴근 시간 대 교통해소를 목적으로 카풀 서비스를 검토했다. 정부에서는 카풀 서비스를 허용했지만 택시기사들이 광화문 광장과 국회 앞 도로에서 격렬한 시위를 진행하며 서비스 백지화를 이끌어냈다. 11인승 차량을 활용해 서비스하던 ‘타다 베이직’ 역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타다금지법)’이 발의되며 서비스를 접은 바 있다. 모두 새로운 이동수단을 꿈꾸며 세상에 나왔지만 정부의 규제, 택시업계의 반발, 정치권의 논리 등이 개입해 꼬일대로 꼬여버렸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택시업계를 지키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택시업계의 몰락을 손 놓고 방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업계에서는 ‘밥그릇 빼앗기’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 자체를 막았고, 정부는 새로운 서비스의 장점을 들여다보지 못한 채 철수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며 “그 사이 전통업계의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고 노령화가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산업이든 세대교체는 진행되는 법인데 새로운 서비스의 유입이 없으니 정체돼 있는 것”이라며 “싹을 틔우기도 전에 혁신의 싹을 자르는 지나친 규제가 택시산업의 몰락을 가져온 부메랑이 됐다”고 꼬집었다.

택시업계에서도 불만은 있다. 플랫폼 택시에서 도입하고 있는 탄력요금제로 인해 수익성은 좋아지지만 전통 택시에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탄력요금제는 택시를 잡기 어려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심야 시간대에 요금을 일정 범위만큼 올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일부 고급·대형승합 택시의 경우 일반요금의 최대 4배까지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플랫폼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산업 전체가 힘든 상황에서 플랫폼 업계만이 탄력요금제를 운영하게 되면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셈”이라며 “기존 택시기사들에게는 공정한 경쟁조차 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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