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달 바닥을 다지고 반등에 나서면서 2500선 위로 안착했다. 16일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초 연저점(7월 6일 종가 2292.01) 대비 10.5% 상승한 2533.52로 마감했다. 상반기 하락장에서 물렸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은 하반기 들어 코스피를 2조 원 넘게 팔아치우며 탈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투자처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민주는 개미가 사면 주가가 떨어지는 ‘개미 필패’ 법칙을 뒤집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별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하반기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약 4941억 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8.54% 뛰며 6만전자(주가 6만 원대) 회복에 성공했다.
순매수 3위에 이름을 올린 SK아이테크놀로지(1536억 원)도 지난달 이후 4.99% 상승했고, 삼성전자 우선주(1369억 원·5위)와 SK하이닉스(1283억 원·7위)도 각각 4.99%, 8.74% 오르며 선방했다.
상승장에서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도 있다. 개미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곱버스’ 상품을 대거 담았다. 곱버스는 곱하기와 인버스의 합성어로, 코스피가 떨어질 때마다 2배의 수익이 난다. 개인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3301억 원,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를 1061억 원 순매수했다. 그러나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수익률은 각각 -16.47%, -14.90%로 저조했다.
하반기 통 큰 베팅에 나선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의 순매수 2위 종목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TQQQ)’로, 순매수 규모는 1억4568만 달러(1907억)가 넘는다. TQQQ는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증시의 약진에 힘입어 지난달 초 이후 59.45% 급등했다.
반면 순매수 4위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SOXS)’는 같은 기간 54.28% 떨어지며 수익률이 반 토막 났다. 수요 둔화 우려에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5% 이상 오르면서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의 상승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지속적인 오름세를 전망하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반등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이유는 2분기 실적 발표 안도감과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조짐”이라며 “추정치 하향이 더디게 나타나면서 낮아진 밸류에이션이 저가 매수세를 만들어냈고, 약세장은 탈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코스피의 반등 속도가 점차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데다 지수를 견인할 만한 재료도 마땅치 않아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초기 V자 반등이 이뤄진 후 상승 속도가 지속되는 경우는 블랙먼데이, 외환위기 등 초극단적 이벤트로 일순간 주가 하락이 나타난 후 복원이 이뤄지거나 글로벌 전반으로 대규모 부양책이 제시되는 경우”라며 “현재는 두 가지 환경과 거리가 있어 앞으로의 상승 속도가 지금과 같기보다는 느려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