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과 외국인이 인버스와 곱버스(곱하기+인버스) 등 하락장에 베팅한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버스 ETF는 기초 지수의 일간수익률에 일정 배수를 곱한 수익률을 제공한다. 파생상품에 의존하지 않고 레버리지나 숏 포지션을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 탓에 증시 변동성이 큰 요즘과 같은 시기에 자금이 몰린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들어 기관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5122억 원어치 담았다. 이 상품은 곱버스로 불리는 상품으로 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 가격변동폭의 2배 수익을 추종한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6월 수익률은 31.97%다. 이 종목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52주 저점 대비 85% 상승했다. 거래대금도 8조9800억 원에 달한다.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5위에 오른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의 6월 수익률도 20.44%에 달한다. 기관과 외국인은 이 종목을 1000억 원 이상 사들였다. 거래대금은 3조 원을 웃돈다.
이밖에도 기관과 외국인이 많이 산 △‘KODEX 인버스’(15.13%) △‘TIGER 200선물인버스2X’(32.09%)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20.88%) △‘KBSTAR 200선물인버스2X’(31.96%) △‘ARIRANG 200선물인버스2X’(31.59%) 등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인버스 베팅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지수 하락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국내 상장 ETF 가운데 수익률 1~5위(△KOSEF 200선물인버스2X △TIGER 200선물인버스2X △ARIRANG 200선물인버스2X △KODEX 200선물인버스2X △KBSTAR 200선물인버스2X) 모두 곱버스들이 차지했다. 상위 5개 ETF의 평균 수익률은 32%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KOSEF 200선물인버스2X’는 32.3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하락장 속에서 수익 욕심에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에 따라 들어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변동성이 크고 시장의 노이즈가 많을수록 리밸런싱(자산 편입 비중 재조정)으로 손실이 늘어날 수 있는 탓이다. 인버스 ETF는 추종하는 기초지수 ‘일별’ 수익률의 -1배를 반영하기 때문에 지수가 횡보할 경우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누적수익률로는 손해가 커질 수 있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밸런싱 수요는 레버리지 배수가 높을수록 커지며, 인버스 ETF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한다”라며 “장기 보유보다 단기 방향성 매매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