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개인투자자)들이 최근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 빠졌다. 하락장에서 높은 수익을 내는 2배 인버스, 3배 인버스 상품을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가능성 등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지금의 랠리가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다고 보고 지수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 한 달간(7월 7일~8월 8일) ‘KODEX 200선물인버스2X’을 1749억 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 개별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틀어 순매수 규모 1위다. 해당 상품은 코스피2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거꾸로 2배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으로, 곱하기와 인버스의 합성어인 ‘곱버스’라고도 부른다. 코스닥150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도 순매수 종목 7위에 올랐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인 서학개미들도 최근 지수 수익률을 역으로 추종하는 상품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순매수 종목 2, 3위에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1억3670만 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6942만 달러)’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해당 종목들은 각각 나스닥지수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거꾸로 3배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최근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다고 본 개미들이 지수 하락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버스나 곱버스 상품을 활용해 손실을 줄이거나 차익을 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개미들은 코스피가 상승할 때마다 곱버스나 인버스 상품을 대거 사들이곤 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493.10으로 마감해 최근 한 달간 6.53%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도 코스피가 완연한 상승 추세로 전환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7월 고용자 수가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확률이 커졌기 때문이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최근의 금융시장 반등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이지만, 둔화하고 있는 경기를 고려할 때 추세적인 반등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여전히 투자의 난이도가 높은 시장 상황이며 변동성도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인버스, 곱버스 투자를 할 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국내에 상장된 상품들의 경우 레버리지 비율을 최대 2배까지만 허용하고 있는 데다가, 투자하려면 기본예탁금 1000만 원이 필요하고 사전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등 규제가 까다롭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위험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인버스 ETF 투자 기간이 40영업일을 넘어가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확률은 0%에 근접했다”며 “레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투자 기간은 짧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고, 투자 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