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반도체보다 심각한 상황”
정교하고 구체적 인력 양성 정책 필요
현재 배터리 인력 문제는 나당전쟁(羅唐戰爭)과 비슷하다. 전 세계에서 배터리 인력 전쟁을 펼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17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배터리 인력의 부족함을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과 배터리 인력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이어가고 있으나, 충분한 지원을 받고 계획을 하는 나라들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 교수는 “전쟁 상황에서 기업들에 충분한 ‘보급’(인력)이 필요하나 지금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보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배터리 공장 증설이 이어지고 있고 받아 놓은 물량도 많아 빠른 인력 보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인력의 해외 유출과 신규 인력 부족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대학 내 신규 학과를 신설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뿐 아니라 포스코케미칼, LG화학 등의 배터리 소재 업체들에서도 배터리 인력 충원에 혈안이 돼 있어 국내 기업 간에도 인력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선 교수는 “나가는 인재보다 지금 공장 증설이나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에 이를 커버할 사람이 없다”며 “학교에서 졸업하는 인력으로만 공급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쪽으로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과 관심이 지나치게 쏠려 있는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 반도체보다 배터리 업계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10년간 15만 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하고, 석·박사 정원 기준 및 교원 임용 기준을 완화, 기업의 시설투자·계약학과 운영 관련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반도체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하면 배터리 인재 양성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또한 국가첨단전략사업인 만큼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통해 정교한 인재 양성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업계에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건 ‘실력이 뛰어난 우수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수 인재는 무작정 인력 양성 사업으로 길러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수능 커트라인이 높은 대학 중심으로 전문과정을 늘리기보다는 기초 학문을 강화하고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교육 기관과 전문가들이 우선 돼야 한다”며 “지금 같이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은 인력 양성 사업이 우수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의 인력은 연구원과 현장 인력인 오퍼레이터로 나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인력이 얼마만큼 부족한지, 학사, 석·박사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의 구체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선 교수는 “현재 기업들에 석박사 인력이 아주 부족한 상황이다”며 “정부에서도 이 부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고 마땅한 인력 양성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도 “연구 인력뿐 아니라 현장 인력도 필요하지만 현재 전혀 검토되고 있지 않다”며 “구체적으로 전문대, 폴리텍의 현장 인력이 필요한 것인지, 석박사가 필요한 건지 디테일한 조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