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진상조사에 착수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4일 “상황 자체를 조사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며 “그런 과정을 거쳐서 개선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려져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응급실에서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빅(big) 5’로 꼽히는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이다. 그럼에도 뇌혈관외과 교수는 2명뿐이고, 사고 당시엔 모두 해외 학회와 지방 출장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의료인력 부족’을 지적하며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3일 “정부는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빨리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병원이 대체인력도 확보하지 못할 만큼 적정 의료인력을 채용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면 복지부는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 처벌과 함께 지원금 환수 등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중단된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방안을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의사 수’가 아닌 ‘의사 처우’에 있다는 반론도 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외과) 교수는 유튜브 댓글을 통해 “뇌혈관 수술 분야는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수가가 적어 뇌혈관외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객관적으로 의사 수가 모자라다. 더욱이 유례없는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특정 진료과목에 지원이 쏠리는 것도 결국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절대적인 의사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특정 과목에 지원이 몰려도 초과공급이 발생하지 않는 게 근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수가와 무관하게 의대 진학 목적이 ‘고소득’으로 변질됐다. 단독 개원이 용이하고, 덜 힘들면서 수입은 많은 과목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일부에선 계속해서 수가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도 우리나라 의사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수입이 많다. 수가보단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의대 정원을 확대해 의료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현장조사는 복지부와 송파구보건소가 맡아 진행한다. 이번 사건의 원인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당장 답변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