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SK온은 실적 하락…하반기 반등 노린다
말레이에 1.7조 투자한 삼성SDI, 외형 확대도 시작
최근 2분기 실적발표를 마친 국내 배터리 3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보수적 투자’로 평가받던 삼성SDI가 사상 최대의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 폭이 확대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2분기에 매출 4조7408억 원, 영업이익 4290억 원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4000억 원을 돌파하며 매출,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특히 배터리를 담당하는 에너지 부문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에너지 부문 매출은 4조716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2.7% 늘었고, 영업이익은 2449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48.4% 확대됐다.
실적 개선의 주요인에는 환율 및 판가 상승과 ‘젠(Gen).5’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제품의 판매량 확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9%를 기록하며 경쟁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3.9%)과 SK온(영업손실)을 상회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매출 5조706억 원, 영업이익 1956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6.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4% 감소했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한 SK온은 3266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실적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벌인 배터리 소송전에 따른 합의금 1조 원이 반영되며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라면서 “이를 고려할 경우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 폭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SK온 역시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경영환경이 우호적”이라면서 “연말까지 신규 공장 가동률 개선과 기존 공장 생산 극대화를 통해 올해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목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시장에서 가장 보수적 투자 기조라는 평가를 들었던 삼성SDI가 가장 약진했다는 점이다.
삼성SDI의 2분기 투자액은 5897억 원으로, 같은 기간 1조4520억 원을 투자한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하면 투자액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생산력을 확장하는 대신 질적 성장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며 오히려 가장 좋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최근 삼성SDI는 수조 원 단위의 투자를 단행하며 ‘덩치 키우기’에도 나섰다.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지적을 일축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럽 출장에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함께하면서 그룹 내에서 삼성SDI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21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서 최첨단 혁신 라인을 갖춘 배터리 2공장 기공식을 했다. 삼성SDI는 2공장에 2025년 완공까지 단계적으로 총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21700(지름 21㎜×높이 70㎜) 원형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첫 양산은 2024년이다.
지난 5월에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전기차 배터리 셀ㆍ모듈 공장을 짓기로 했다. 투자 금액은 25억 달러(약 3조72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고객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확실한 수요를 근거로 시설 투자를 결정하고 집행하고 있다"며 "현재로써는 애초 계획 대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