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구 기준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이 올해보다 5.47% 오른다.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29일 열린 제68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이 같은 방향의 내년도 기준중위소득과 급여별 선정기준·최저보장수준을 결정했다. 가구원수별 기준중위소득은 1인 가구 207만7892원, 2인 가구 345만6155원, 3인 가구 443만4816원, 4인 가구 540만964원, 5인 가구 663만688원, 6인 가구 722만7981원이다.
4인 가구는 올해보다 5.47% 오르며, 수급 가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인 가구는 6.84% 인상된다. 이번 결정은 2020년 산정방식 개편 이후 ‘원칙대로 결정된’ 첫 사례다. 정부는 4인 가구 중심의 기준중위소득에 따른 1~2인 가구의 상대적 불이익을 해소하고자 2020년 통계원을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하고, 가구균등화지수를 활용한 추가증가율을 도입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경기침체를 고려해 직전 2년간은 기본증가율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에는 기본증가율 3.57%를 그대로 적용했다.
당초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5일 회의에서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려 했으나, 인상률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부자 감세를 통한 재정적자를 취약계층 복지지출을 줄여 해결하려는 재정당국의 이율배반적 태도와 꼼수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원칙과 기준에 따른 기준중위소득 결정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이 ‘역대 최고’ 인상률로 결정됐음에도 ‘고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단 비판이 나온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29일 논평에서 “재정을 핑계로 기본증가율을 가계금융복지조사 최신 3년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제시한 기획재정부의 몽니에도 2020~2021년 합의대로 3년 평균을 반영해 의결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6월에만 전년 대비 6% 상승한 소비자물가 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한 반쪽짜리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0% 상승했다. 7월에도 6%대 상승이 유력하다.
한편, 기준중위소득 대비 급여별 선정기준은 생계급여 30%, 의료급여 40%, 주거급여 46%, 교육급여 50% 이하 가구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급여별 선정기준은 생계급여 162만289원, 의료급여 216만386원, 주거급여 253만8453원, 교육급여 270만482원이다.
급여별 보장수준을 보면, 생계급여는 선정기준이 곧 최저보장수준이다. 급여액은 선정기준액에서 해당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차감한 금액이다. 4인 가구는 162만289원에서 소득인정액을 차감한 금액이 지급된다. 주거급여는 임차급여 지급 상한액에 시장 임차료 상승분이 100% 반영됐다. 올해 대비 기준임대료 대비 급지·가구별 최대 1.1% 인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급여는 내년 3월부터 현금 지급에서 바우처 지급으로 개편된다. 대신 연 1회 지급되는 교육활동지원비가 평균 23.3% 인상된다. 지원액은 초등학교 45만1000원, 중학교 58만9000원, 고등학교 65만4000원이다.
이번 기준중위소득 인상으로 내년 추가 소요되는 재정은 생계급여 기준 연간 6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