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8일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른 기업들의 부담으로도 확대될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 위험성까지 떠안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다. 경제계 단체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양 모 씨 등 15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도 정 모 씨 등 44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회사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 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판결로 향후 다른 기업들에도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현재 국내 제조업이 고임금ㆍ고환율ㆍ고물가 등으로 기업 경쟁력 하락 등의 문제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고용 위험성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현대위아의 사내 하청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도 사내 하청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현대차, 기아, 한국GM 등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언급되는 것은 현재 소송 중인 만큼 당연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먼저 이번 문제를 봤을 때 접근 방식이 기업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기업들의 경우 정규직이 있고, 또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데, 파견에 대한 경계가 어느 부분에 대해선 금지가 돼 있으니, 한편으론 그 경계선이 모호해 기업들엔 난감한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근로 감독을 통해 시정 명령을 내렸으면 이미 기업들은 사전조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같은 기업들의 문제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기업의 문제라고만 보면 안 되고,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할 사항이다. 특히 사내 하청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을 경우 많게는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를 소화할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문제가 지속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기업에서 문제를 찾기보다는 고용시스템을 바꿔서 필요성이 있고, 파견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파견 가능한 분야를 더 넓혀서 기업이 부담이 느끼지 않도록 시스템적 변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경제계 단체에서도 유감의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8일 대법원이 포스코 사내하청을 인정한 것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어 "경영계는 법원이 일부 공정의 도급생산방식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입장"이라며 "도급은 생산 효율화를 위해 독일, 일본 등 철강 경쟁국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보편적 생산방식이다. 특히, 특정 제품 자체의 생산을 완성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산공정 일부도 얼마든지 도급계약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도급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생태계의 변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치 못한 것"이라며 "유사한 판결이 이어지면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해 산업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대법원이 포스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은 협력업체가 별도의 독립적인 사업 주체로서 소속 근로자들의 채용과 임금 지급, 인사권 및 징계권 등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과 달리 제조업 파견이 금지돼 있고, 파견 기간도 2년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부득이하게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금번 판결은 이러한 산업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아울러 "향후 다른 유사한 사건에서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주기 바라며, 나아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제표준에 어긋나는 파견제도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