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차이를 좁혀야 자본 유출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물가 오름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한은과 시장에선 지난달과 같은 ‘빅스텝’(기준금리 0.5%p포인트 인상)보다는 0.25%포인트(p)를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8일 한은에 따르면 다음 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개최하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현재 2.25%인 한국 기준금리가 세 차례(8·10·11월) 남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2~3번 올라 연말 2.75∼3.0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사상 처음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당분간 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시에도 미 연준의 추가 자이언트 스텝이 점쳐진 만큼, 빅스텝을 강행할 만한 주요 변화는 없는 셈이다.
4.7%로 치솟은 7월 기대인플레이션을 발표한 전날에도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 위원은 한은 특강 이후 향후 빅스텝을 한 번 더 밟을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 “현재로써는 이달 금통위 회의 이후 추가로 발생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한다고 밝힌 이창용 총재의 입장과 다르게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가가 3분기를 고점으로 꺾일 것으로 전망되고, 경기 침체 우려는 큰 상황에서 물가 관리라는 명분만을 앞세워 기준금리를 계속 큰 폭으로 올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은 0.7%로 집계돼 시장의 예측(0.3%)을 훨씬 웃돌았다. 8월 기준금리 인상 부담이 줄었지만, 하반기부터는 하방 위험이 커져 기준금리를 마냥 인상할 수만은 없다.
이날 금통위에 새로 합류한 신성환 금융통화위원도 취임사를 통해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어 적절한 수준의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 둔화 가능성, 과도한 민간 부채의 연착륙 유도, 자본유출 위험 등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산재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항 간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면서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