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한파가 이어지자 투자자들도 곳간 문을 걸어 잠갔다. 미국이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한미 기준금리는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역전되면서 코스피가 거래 절벽에 내몰렸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은 5~6조 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거래대금이 44조 원대를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1/8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지난 13일(5조9985억 원)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5조 원대 규모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17일(5조6392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발표를 앞둔 지난 25일(5조9896억 원)에도 5조 원대를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 역시 감소 중이다. 올해 상반기 75조 원(1월 27일)을 넘어섰지만, 이달 평균 투자자예탁금은 55조3022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 20일(53조4922억 원)에는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거래대금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기준 금리 인상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방향성을 지켜보면서 투자자들의 어깨는 움츠러들었다. 급격한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가속화되면서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둔화되는 가운데 증시 유동성도 빠르게 고갈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코스피 거래가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추가 금리 인상,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 상승), 기업 실적 둔화 등 증시 반등에 부정적 요인들이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그때까진 긴축 행보에 따라 국내 증시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과 같은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묻자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를 강조했다"라며 "시장은 연준의 정책 기조 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연준은 인플레이션 통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기준금리 인상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의 중간값(3.25~3.5%) 수준까지 인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추가 인상을 전망한 6월 FOMC 전망치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시장은 경기 둔화세가 완연해지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이를 가격에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