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공정 서비스 및 5개 기업에 1억씩 지원
대·중소 상생협력 약속 이행하는 첫 사례
“인텔, 엔비디아 경쟁할 국내 기업이 출현해야”
국내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5%다. 국내 1위 팹리스 기업인 LX세미콘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연 매출액 3000억 원 이하로 경쟁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를 보면 국내 팹리스의 97%는 중소기업으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균 종사 인원도 21명 남짓에 불과하다. 이에 새 정부는 지난 5월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서 팹리스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방식이 골자다.
중기부는 27일 팁스타운에서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유망 팹리스를 선정하는 ‘팹리스 챌린지 대회‘를 개최했다. 현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약속한지 약 2개월 만이다. 지난 한 달간 신청기업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거쳐 최종 5개의 팹리스 기업을 선정했다.
이번 대회는 파운드리 공급난으로 시제품 제작(MPW 공정)과 신제품 검증 기회를 갖기 어려운 유망 팹리스를 중기부와 삼성전자가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기부는 이번 대회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약속을 이행하는 첫 사례이자, 대통령이 강조한 반도체 산업에서의 첫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삼성전자는 예비 유니콘 팹리스를 선점하고, 팹리스는 신기술 개발을 가속하는 기회를 얻어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상생 사례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종 선정된 팹리스 중소기업은 △딥엑스 △지앨에스 △스카이칩스 △세미브레인 △라온텍 5곳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를 통한 5~130나노 12개 공정에 25회 MPW 서비스를 받게 된다. 내년 7월까지 월별 스케줄 내에서 원하는 공정을 선택해 과제 수행을 진행한다. 중기부는 기업당 1억 원 이내의 바우처 형태로 소요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우리나라는 10년도 안돼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를 따라잡고 있다"며 "지금은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확보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성능을 그려낼 수 있는 국내 팹리스 기업의 출현이 필요하다. 2020년대에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과 경쟁할 국내 기업이 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30년이 되면 세계 최고 대열에 낄 기회가 줄어든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사장은 "앞으로 우수한 기술력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팹리스들과 협력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 이바지 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대회가 지속해서 개최돼 삼성전자와 국내 팹리스 기업의 동반성장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도 "대한민국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 같은 파운드리가 있고 국내 팹리스 기업들도 선두 주자에 가까운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기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한다면 세계적 기업과의 격차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그간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발전을 위해 팹리스 현장의 3대 애로로 꼽히는 ‘자금‧인력‧상생’ 지원을 추진해 왔다. 창업기업의 자금 지원을 위해 초기사업화 자금과 R&D, 융자‧보증을 패키지로 지원하고, 운전자금 지원한도를 기존 5억 원에서 10억 원까지 두 배 이상 확대했다. 또 작년부터 국립마이스터고(구미전자공고)에 반도체 설계 특화과정을 신설했다. 올해 주요 대학 2곳에는 시스템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할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는 국내 파운드리 4개사와 팹리스 기업이 만나는 ‘팹리스-파운드리 상생협의회’를 분기별로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