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 오후(이하 현지 시각) 미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면담을 갖고 향후 대미 투자 및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이 이날 220억 달러(한화 약 29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포함해 300억 달러에 가까운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한미 양측의 경제협력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SK의 대미 투자가 미 핵심 산업 인프라와 공급망 강화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최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 간 면담에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북미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 등 SK 측 인사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알리 자이디 백악관 환경 어드바이저 등 미국 측 인사가 배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협력은 핵심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어 “SK는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며, 더불어 미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으로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데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SK그룹이 2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단행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는 2025년까지 4000개에서 2만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면서 SK그룹의 투자에 여러 차례 “땡큐”를 연발했다. 역사적인 투자라고 규정할 만큼 강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최 회장을 직접 대면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SK그룹의 투자는 미국과 한국이 21세기 기술경쟁에서 승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투자”라고 평가했다.
SK그룹이 단행하기로 한 2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그린, 바이오 등 4대 핵심 성장동력 분야에 집중돼 있다. 최근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분야 70억 달러 투자까지 고려하면 향후 대미 투자 규모는 모두 3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150억 달러는 △반도체 R&D 협력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등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투자된다. 또 △세포ㆍ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20억 달러 △첨단 소형 원자로 등 그린 에너지 분야에 50억 달러의 신규 투자가 단행될 예정이다.
SK그룹 측은 “이번 반도체 R&D 투자는 단순히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만 그치지 않고, SK하이닉스의 기술력 강화로 이어져 결국에는 메모리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SK그룹이 전기차 및 그린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할 경우 SK와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의 소부장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 진출과 국내 기업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한편 SK그룹은 국내 투자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전체 투자 규모 247조 원 가운데 70%가 넘는 179조 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와 같은 핵심 생산 기반과 R&D 기반이 국내에 있는 만큼 국내 인프라 구축과 R&D 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훨씬 규모가 큰 국내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돼야 해외 투자도 함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대미 투자 계획은 물론 이미 확정된 국내 투자 역시 흔들림 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