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헌재, '수사기관 통신자료 조회' 헌법불합치 결정…"사후통지 해야"

입력 2022-07-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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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이 통신자료를 수집하는 근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사후통지를 하지 않는 것만 문제 삼아 앞으로도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취득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헌재는 21일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법적 공백이 초래할 혼선을 막기 위해 개정될 때까지 존속시키는 것으로 사실상 위헌 결정이다. 헌재는 위헌선언을 하되 2023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정할 때까지 이 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조회를 해 논란이 됐다. 형사소송법학회 등은 통신자료 수집의 근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도 지난 2016년 검찰과 경찰 등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행위를 지적하면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 법률조항이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사후에라도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대상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행 전기통신망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이 있는 경우 정보 주체인 이용자에게는 이 부분이 사전에 고지되지 않는다. 자료가 넘어간 경우에도 역시 이용자에게 별도로 통지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별도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통신자료 제공내역에 대한 열람을 요구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 등에 제공됐는지 알 수 없다.

헌재는 “당사자에 대한 통지는 당사자가 기본권 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정당성 여부를 다툴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나 정보수집 등의 활동에 신속성, 밀행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 이유만으로 헌법상의 절차적 요청을 외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효율적인 수사와 정보수집의 신속성, 밀행성 등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사전에 통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으나 취득 이후에는 수사 등 정보수집 목적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자에게 통지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취득 자체나 법 조항 중 제공요청과 제공을 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이 조항은 수사기관 등이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협조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으며 자료 제공을 강제할 수단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또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수사나 형의 집행, 국가안전보장 활동의 신속성, 효율성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실체적 진실발견,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 및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전화번호, 주소 등이 상당한 보호가 필요한 정보임을 인정하면서도 정확,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취득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조항은 수사기관 등의 제공요청이 수사 등 정보수집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못 하게 한 헌재 결정이 바람직하고, 이번 결정으로 수사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현행과 같이) 개인정보를 쓰고 나중에 통지도 안 하면 수사기관은 무소불위가 될 수밖에 없고, 수사 관행이라고 단순히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는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를 차단하기 위해 자체 통신수사 통제방안을 마련해 4월 1일부터 시행 중”이라며 “후속 조치로 국회가 법 조항 개정을 추진할 경우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사상 목적도 달성할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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