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세부 규정은 민간 자율?..."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은 허울"

입력 2022-07-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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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단체장들이 4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단체장들이 4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중소기업계의 숙원 제도인 납품단가 연동제를 하반기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세부 규정은 민간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추진 방향을 정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대통령 집무실에서 납품단가연동제 제도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중기부 측은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을 좀먹는 고질적 불공정 관행을 정상화 할 것"이라며 원자재가, 임금 등 비용 증대에 맞춰 납품단가를 정상화 하겠다"고 밝혔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하도급 계약기간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되면 이를 반영해 원사업자가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다. 업계는 지난 2007년부터 15년 여간 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무려 15년을 공회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전쟁으로 물류비 인상과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심화하면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연동제 시행은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어서 도입에 힘이 실렸다.

중기부도 이번 업무보고에서 업계‧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표준약정서를 마련하고, 하반기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시범운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납품대금 조정협의 대행 신청요건을 완화하고, 조정 실적이 우수한 위탁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방침을 더했다.

정부의 이같은 도입 의지에도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연동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하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선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결정 때문이다. 중기부는 시장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연동제 도입 시 연동제 대상 품목, 원자재 가격 기준 및 적용 비율, 협력사 범위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봤는데 이를 자율에 맡기면서 협상 과정에 적지않은 진통을 예상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이런 유야무야식 도입으로는 도입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며 "중소기업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고 해도 교섭력이 떨어져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허울뿐인 제도라고 비판했다.

35년간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한 대표는 "하루아침에 될 거라고 믿진 않았지만 이런 식의 도입이면 적용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나"며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지 않으면 현장 적용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토로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세부 내용까지 법제화할 경우 이는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야와 사례가 워낙 광범위해 일률적인 잣대로 제도를 시행할 경우 자칫 현장의 수용성이 떨어지고,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3고 현상(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상당히 클 것"이라면서도 "표준계약서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가되 원만한 협의가 도출되지 않는 때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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