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복량을 120만 TEU(2026년까지, 최근 기준 82만TEU)로 올릴 예정이지만, 규모 면에서 우리는 앞서 있는 (글로벌) 해운사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목표는 에너지, 친환경 이슈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것이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1에 있는 HMM 본사에서 열린 HMM 비전선포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히며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친환경 선단 경쟁력을 중점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HMM 중장기 전략에는 2026년까지 15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담겼다. 이중 친환경 선박 신조와 친환경 설비 투자에 각각 3조7000억 원, 1600억 원이 투입된다. 또 친환경 연료, 종합 물류 사업 진출 등 미래 전략 사업에 5조 원을 투자한다. HMM은 이미 저유황유 대체, 스크러버(탈황 장치) 설치 등 보유 선박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을 완료했다. 앞으로는 LNG선 및 친환경 연료 기반의 선박 확보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박진기 HMM 총괄 부사장은 “글로벌 해운업계는 1990년대 서비스 경쟁, 2010년대 이후로는 대형선박을 중심으로 한 스케일(규모)의 경쟁이었다. 향후에는 친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90년대에 서비스로는 글로벌 톱이었던 대한민국이 2000년대 들어와 스케일 전쟁에서 졌다. 향후엔 게임의 룰에 대해서 저희(HMM)는 절대 지지 않겠다”고 친환경 이슈에 대한 자신을 드러냈다.
HMM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전략 실행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해 2025년까지 ESG 분야별 목표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ESG 중 환경 분야에 대해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2008년 대비 60% 감축할 것”이라며 “차세대 연료 TF를 꾸리고 그린 메탄올, 그린 암모니아 등 국내 친환경 연료 연구개발을 강화해 당사가 환경이슈에 대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강조됐다. HMM은 최근 기준 컨테이너선에 90% 넘게 치중했으나, 앞으로는 벌크 선대 비중 또한 확대한다. 김 대표는 “벌크 선대를 현재 29척에서 55척으로 90%가량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2026년까지 선복량을 현재 82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120만 TEU까지 확대한다.
해운뿐 아니라 항만, 물류까지 이어지는 종합 물류 솔루션 기업으로서 도약하기 위한 투자도 이어진다.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 흐름에서 유럽 선사를 중심으로 한 종합물류사업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HMM도 인프라를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박진기 총괄부사장은 “유럽 해운사는 종합물류, 아시아 해운사는 해운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유럽과 아시아 양쪽 다) 뒤처지지 않도록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부사장은 “사실 (디지털화 부문은) 투자가 늦어 경쟁사에 비해 뒤처졌다”며 “앞으로는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회사, 건강한 회사를 만들겠다”며 “대한민국이 친환경 에너지의 선두주자가 되도록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박진기 부사장, 최윤성 전략재무 총괄 전무, 김신 컨테이너 총괄 상무, 정준 벌크사업 총괄 상무 등 임직원과 취재진 100여 명이 참석했다.
HMM은 해운업 불황을 겪으며 2016년부터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조1486억 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6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16년까지 15조 원 투자 등 대규모 계획을 밝힌 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