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권고안을 토대로 윤석열 정부의 첫 방역대책을 발표했지만, 큰 틀에서 과거와 달라진 건 없다. 자문위는 정권교체 전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현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방역’이라 비판하던 문재인 정부의 방역정책을 답습함으로써, 과거 정책도 ‘과학방역’이었음을 인정하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이날 발표한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방안’의 핵심은 4차 예방접종 대상 확대다. 다만, 4차 접종을 새로운 대책으로 보긴 어렵다. 정부는 2월 14일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을 개시한 데 이어 4월 14일부터 60세 이상 고령층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이번에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건 그 정책의 연장선이다.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의 경우 기존에도 정부는 처방 확대를 독려했으나, 23종에 달하는 병용 금기약물과 부작용 우려 등을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꺼려왔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응방안에 추가된 내용이라곤 교육자료 배포, 포스터 배포 등 ‘적극 홍보’ 정도다.
다른 대책들은 대체로 기존 조치 유지 또는 중단한 조치 재추진이다.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선제검사, 병상 배정 효율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인정, 해외입국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호흡기환자진료센터 및 원스톱 진료기관 운영, 확진자 급증 시 생활치료센터 운영, 예비병상 확보, 특수치료병상 확보, 의료인력 확충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방역당국은 전 정부와 현 정부의 방역정책을 ‘정치방역’과 ‘과학정책’으로 구분하는 데 난감한 입장이다. 정통령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총괄조정팀장은 12일 사전브리핑에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지고 있는 최대한 과학적인 근거와 데이터를 기초로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감염 사례가 누적됨에 따라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늘었을 뿐, 근거를 토대로 방역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은 달라진 게 없다는 설명이다.
굳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파른 확진자 증가세에도 거리두기 등 강제적 방역조치 재도입을 뺀 것이다. 자문위는 정부에 제출한 권고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은 현재 엄중한 경제적 상황, 제도에 대한 국민의 낮은 수용성 등을 고려해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자문위원장인 정기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의힘 ‘코로나19 위기대응위원회’ 위원장 출신으로, 기존에도 거리두기 등 강제적 방역조치에 부정적이었다.
대신 재택근무와 비대면회의를 활성화하고, ‘아프면 쉬는’ 문화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또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주기적 환기, 기침예절 준수,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 피하기 등 기본방역수칙 준수를 적극 권고할 계획이다. 사실상 ‘국가방역’에서 ‘셀프방역’으로의 전환이다.
이 역시 기존 방역정책의 성과가 바탕이 됐다. 방대본에 따르면, 현재 보유한 병상만으로 일일 확진자 14만6000명까지 대응이 가능하다. 유사시 생활치료센터와 예비병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병상도 준비돼 있다. 여기에 일일 진단검사 역량은 최대 85만 명에 달한다. 정 팀장은 “지금은 일일 확진자 30만~40만 명 발생에도 대응한 경험이 있고, 당시 의료대응역량을 일부 축소한 상황이지만 언제든 재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