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위축 우려로 국제유가 급락한 탓
정유사 손익분기점은 4~5달러…“아직 영향 없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유사의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와 부대비용을 뺀 값)도 급락하고 있다. 그러나 손익분기점을 훨씬 뛰어넘는 정제마진이 지속되고 있어 정유사의 호황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정제마진은 16.1달러로 전주 기록했던 22달러 대비 약 6달러가량 낮아졌다. 6월 넷째 주 29.5달러로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2주 연속 큰 폭으로의 하락이다.
정제마진의 급락한 것은 국제유가의 흐름과 연관이 깊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정제마진도 함께 떨어진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 위축이 전망되자 7일 기준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으로 하락하면서 정제마진도 동시에 낮아졌다. 실제로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6월 첫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4주간 평균 휘발유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4~6월 정제마진이 10달러~20달러 후반을 웃돌며 강세를 보이자 정유사들이 일제히 설비 가동률을 높이면서 각 제품 수요공급 밸런스가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체의 1∼5월 기준 정제설비 가동률은 작년 72.8%에서 올해 79.2%로 상승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하락한 것은 유가 하락 래깅효과와 휘발유 수요둔화 및 재고 상승세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원인으로 보인다”면서도 “공급 확대 요인이 아직 보이지 않아 가격이 좀 안정되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제마진 하락이 정유업계 호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정유사가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보는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로 아직도 손익분기점을 한참 넘긴 상황이다.
정제마진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8~9월 미국 허리케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정유시설이 타격을 입어 미국에서 공급 부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중국은 수출까지 통제하며 정유업계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러시아 사태로 유럽 내 정유생산마저 꼬여버렸다”며 “공급 부족이 단기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정제마진 강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