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최전선③] “물·토지 기존 농사의 1%면 됩니다”···이마트X엔씽 스마트팜

입력 2022-07-11 15:00 수정 2022-07-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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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채소ㆍ과일 등 신선식품은 너무 더워서, 너무 추워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비가 너무 안 와서 등의 이유로 시시 때때로 가격 급등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곤 한다. 특히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 자주,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미국·캐나다의 기록적 가뭄, 유럽·인도의 폭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까지 복합 악재가 겹치며 국제 식량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식량 부족 심화로 '재앙'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식량난의 가장 근본적 원인 중 하나가 기후 변화다. 글로벌 기후위기 앞에서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고민되는 가운데 ‘스마트팜’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약 등 환경유해물질 안 쓰고 1년 13작 생산 가능

기자가 찾아간 경기도 이천의 애그 테크 기업 '엔씽'의 농장은 이마트 후레쉬센터 바로 앞에 있었다. 이마트로부터 부지를 제공받아 생산된 상품은 전량 이마트에 공급하는 상호 협력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내부에는 30㎡(9평) 규모의 컨테이너동 38개가 쭉 늘어서 있다. 컨테이너 안 4층짜리 선반마다 로메인, 바타비아 같은 다양한 채소가 자라고 있고, 일부에서는 모종들도 키워지고 있다. 외관은 단순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위생 관리는 반도체 공장에 버금갈 정도로 철저했다.

▲위생복을 갖춰입은 엔씽 연구원이 생산된 농작물을 체크하고 있다.(사진제공=이마트)
▲위생복을 갖춰입은 엔씽 연구원이 생산된 농작물을 체크하고 있다.(사진제공=이마트)
재배되고 있는 작물들을 보러 들어가기 전에 기자는 에어샤워만 6회, 물과 세척솔을 이용한 세척을 2회나 통과해야 했고 위생복ㆍ모자ㆍ신발 착용은 물론, 갖고 간 휴대폰을 노출할 수도 없었다. 혹여라도 전염병이나 오염물질이 농장 안으로 유입될 경우 애써 키운 작물뿐만 아니라 모종들도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이라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천 농장의 경우 토지 사용량은 기존 농지의 100분의 1만으로도 동일 작물을 생산할 수 있고, 물사용량도 98.5%를 줄일 수 있다. 산술적으로 기존 농업기법과 비교해 1% 가량의 토지와 물만 있으면 생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농약 등 환경 유해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마트 물류센터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운송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 배출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날씨나 외부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최적으로 배합된 토지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일반 노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재배가 가능하고 균일한 품질의 신선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셰프들에게 생산 작물의 식감, 질감 등의 수차례 테스트를 거쳐 지금의 결과물을 얻어냈다.

엔씽 관계자는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생육 환경을 유지하기 때문에 작물에 따라 다르지만 이론상 1년에 15작까지 가능하고, 여러 여건을 감안해 1년에 13작까지는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면서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식감이나 맛도 조절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식량난 속 식량자급률 낮은 한국

▲엔씽 이천 농장 외부 전경(사진제공=이마트)
▲엔씽 이천 농장 외부 전경(사진제공=이마트)
국내 스마트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민관이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통해 차츰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와 이로 인한 식량문제에 대한 대처를 더 늦출 수 없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생물 다양성은 14% 감소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식량 공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구 기온은 이미 산업화 시대보다 1.1도 높아졌는데, 일반적으로 기온이 1도 오르면 식량 생산량은 3∼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1.6%)이 지속되면 약 30년 후인 2050년 무렵에는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려면 매년 2∼3%의 식량을 증산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마저도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발표한 ‘식량안보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13개국 중 32위였다.이 순위는 2017년 24위에서 2019년 29위로 계속 하락 추세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이고, 축산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쌀 이외에는 자급되는 식량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위기ㆍ식량안보 맞서는 농업 신 무기 ‘스마트팜’

그럼에도 해결책은 마땅치 않다. 지구상 재배가능한 토지의 대부분은 이미 경작지로 사용중일 뿐만 아니라, 기존 농업 방식으로 재배지를 늘리는 것은 자원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현재 지구 담수의 70%가 농업에 사용되며 화석연료의 20%가 농업 관련 산업에 사용된다. 즉, 기존 농업으로는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 공급량 증가와 탄소배출량 감소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엔씽의 이천 농장에서 재배되는 채소 작물들(사진제공=이마트)
▲엔씽의 이천 농장에서 재배되는 채소 작물들(사진제공=이마트)

스마트팜은 소비 자원 감축과 식량 생산량 증대를 동시에 가능케 하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급격한 기후변화도 스마트팜 시장확대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넓은 경작지를 확보하고 있는 기존 농업강국들은 상대적으로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호주 산불, 미국 남서부 가뭄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지속되자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노지에서 작물을 키우기 힘든 중동 같은 곳은 일찌감치 스마트팜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포함한 글로벌 스마트 농업 시장 규모는 2020년 138억 달러(약 17조 원)에서 2025년 220억 달러(약 27조 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해외에선 에어로팜, 플렌티, 바워리파밍 같은 스마트팜 기업이 대규모 실내 수직 농장을 세우고 월마트와 소프트뱅크, 골드만삭스 같은 곳에서 수천 억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받고 있다.

엔씽 관계자는 "지금은 잎채소류만 생산하고 있지만 조만간 과채류도 생산할 계획"이라며 "현재 기술력으로는 곡물까지 대부분의 농산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경제성 문제로 생산하지 않고 있을 뿐 기술적인 연구는 마무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스마트팜은 미래 기후위기와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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