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에 장비 팔지마라” 네덜란드 압박…‘반도체 굴기’ 견제

입력 2022-07-06 16:3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최첨단 EUV 이어 구형 DUV 수출 금지 시도
일본 니콘에도 장비 수출 금지 압박
미국 내 반도체 지원법 통과는 주춤, 기업 반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 21일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에서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 투자 발표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 21일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에서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 투자 발표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시키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네덜란드에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자외선 노광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있다. 미국은 ASML이 구형 ‘심자외선 노광장비(DUV)’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네덜란드 정부에 로비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이 5월 말과 6월 초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찾아 공급망 문제를 논의하던 중 이 같은 압박을 가했다. 그는 당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DUV는 최첨단의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보다 한 세대 뒤처져 있지만, 여전히 자동차와 전화,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광범위한 칩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이미 네덜란드 정부는 ASML의 대중국 EUV 수출을 불허하고 있다. 구형 장비 판매까지 막는다는 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절시키겠다는 미국의 의도라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DUV까지 더해지면 SMIC와 화훙반도체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ASML의 경쟁사인 일본 니콘에도 DUV 수출 금지 압박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경제연구소의 존슨 왕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판매 금지를 추진하는 장비들은 중국이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장비”라며 “해외 DUV에 접근하지 못하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이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 요구에 미지근한 반응이다.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독일과 벨기에에 이어 네덜란드의 세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다. ASML 대변인도 “이번 논의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아직 아무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추측하거나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기업을 압박하는 기세와 달리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는 미국의 시도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미국혁신경쟁법안(CHIPS Act)’ 통과가 늦어지면서 반도체 대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재고할 것이라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미국혁신경쟁법안은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지원하고,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각종 세금 감면과 인센티브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20년 6월 발의된 법안은 전례 없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경색 속에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통과됐다. 그러나 처리된 법안 내용이 달라 이를 일치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다른 법안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갈등으로 후속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인텔은 200억 달러 규모 오하이오 반도체 공장 착공 시기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지원법 처리 지연을 이유로 내세웠다. 당초 인텔은 오는 22일 기공식을 열 계획이었다. 대만 TSMC도 120억 달러 규모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 계획을 언급하며 “건설 속도는 미국 측 보조금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0년 째 공회전' 허울 뿐인 아시아 금융허브의 꿈 [외국 금융사 脫코리아]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빼빼로 과자 선물 유래는?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100일 넘긴 배달앱 수수료 합의, 오늘이 최대 분수령
  • '누누티비'ㆍ'티비위키'ㆍ'오케이툰' 운영자 검거 성공
  • 수능 D-3 문답지 배부 시작...전국 85개 시험지구로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14:04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4,061,000
    • +4.04%
    • 이더리움
    • 4,451,000
    • +0.98%
    • 비트코인 캐시
    • 617,000
    • +2.83%
    • 리플
    • 827
    • +3.5%
    • 솔라나
    • 291,300
    • +2.39%
    • 에이다
    • 829
    • +6.28%
    • 이오스
    • 804
    • +11.82%
    • 트론
    • 232
    • +2.65%
    • 스텔라루멘
    • 156
    • +6.85%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300
    • +3.08%
    • 체인링크
    • 19,820
    • -0.35%
    • 샌드박스
    • 420
    • +8.5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