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일 후보직을 자진사퇴했다. 정호영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복지부는 장관이 없는 상태로 새 정부 첫 예산안을 마련하게 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복지부 대변인실을 통해 출입기자단에 사퇴 사실을 알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5월 26일 이후 39일 만이다. 잇따른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복지부 장관직은 권덕철 전 장관이 사실상 직을 내려놓은 5월 17일 이후 48일째 공백 상태다. 현재는 조규홍 1차관(복지)과 이기일 2차관(보건)이 장관직을 대행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편법 증여, 부동산 갭투자 등 의혹 대부분을 부인했다. 특히 정치자금 위반(사적 사용) 논란에 대해선 문제가 발행하게 된 배경을 ‘제도 탓’으로 돌렸다. 그는 “현재와 같이 정치자금 사용의 기준과 관리가 모호한 체계에서는 정치자금과 관련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나와 같이 억울하고 불합리한 피해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 내 논의를 통해 정치자금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새 후보자 발굴과 인사검증,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고려할 때 복지부의 장관 공백은 앞으로 1~2개월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장관 없이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마련해야 할 처지다. 당초 복지부는 장관 임명 후 별도 추진단을 구성해 부모급여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 국정과제 이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관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담당 국·과 차원에서 실무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부모급여다. 기초연금 인상은 기초연금법상 기준연금액만 인상하면 되지만, 부모급여 도입을 위해선 기존 영아수당, 양육수당을 조정해야 한다. 우선 복지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대로 부모급여를 내년 70만 원(0세)로 시작해 2024년 100만 원(1세 50만 원)으로 인상하되, 기존에 지급하던 영아수당(0~1세)과 양육수당(0~1세)을 폐지하기로 정했다. 부모급여 수급 시기에 어린이집을 이용하면 부모급여에서 보육료를 차감한다. 이를 위해선 아동수당법과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영아수당과 0~1세 양육수당을 폐지하고, 부모급여 지급에 관한 사항을 별도 법률로 제정할지 아동수당법 등 기존 법률에 추가할지 정해야 한다.
이들 사업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려면 예산안 심의 전 관련 법률이 개정돼야 하나, 장관 공백과 법제처 심의 등 정부발의 절차를 고려할 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예산안 심의에 맞춰 여당 내에서 의원입법으로 관련 법률안이 발의될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기국회가 열려 예산안이 심의되면, 그 예산안 집행에 필요한 법안들도 부수법안으로 묶여 같이 가게 된다”며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