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 한 달 만에 주저앉았다…매물 적체도 '심화'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 지연 등
5월 실거래 작년보다 65% 줄어
영끌족 몰린 노원·도봉 거래 급감
매물 6.5만건…한 달 새 6.4%↑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한 달 만에 고꾸라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내 규제 완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했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가 겹치면서 한 달 만에 거래량이 줄었다. 특히,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대폭 줄어 젊은 층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매수가 집중된 지역의 거래량 침체가 도드라졌다.

30일 서울부동산광장 집계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73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4월 거래량 1752건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5월 거래량 4900건과 비교하면 약 65% 감소했다. 이달 거래량은 이날 기준 583건이다. 실거래 신고기한이 30일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는 6월 거래량은 1200건에 못 미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월 814건으로 연내 최저치를 기록한 뒤 계속 늘어나 4월 1752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에도 애초 공약으로 내세운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과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 발표가 지연됐고,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거래량 감소는 서울 외곽지역에 집중됐다. 노원구는 지난달 96건이 거래돼 4월(145건)보다 약 34%가량 거래 건수가 줄었다. 도봉구 역시 같은 기간 61건에서 55건으로 약 10% 감소했다. 반면 강남구는 104건으로 전월과 같았으며 강동구 역시 67건에서 80건으로 늘었다.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용산구 역시 40건에서 47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거래 양극화는 곧 서울 내 자치구간 시세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값 동향 자료에 따르면, 27일 기준 서초구는 반포와 서초동 위주로 오르면서 0.02% 상승했다. 용산구 역시 집값 내림세에도 보합(0.0%)을 기록했다. 하지만 강북구와 은평구는 0.07%와 0.05%씩 하락하면서 서울 평균(-0.03%)보다 낙폭을 키웠다.

노원구 B공인 관계자는 “최근 두 달은 문의가 사실상 없다시피 했고, 얼마 전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매입 때 대출 늘려준다는 소식이 나오니 호가를 물어보는 전화가 몇 통 온 것이 전부”라며 “당장은 급매만 몸값을 낮춰 거래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집값이 꺾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향후 집값 전망을 엿볼 수 있는 아파트 매수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78로 급락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향후 2~3개월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 시장 참여자가 더 많음을 뜻한다.

이 지수는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해 8월 126까지 치솟은 뒤 줄곧 내려 같은 해 11월 94로 100 이하를 기록했다. 올해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3월과 4월 각각 91과 98로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달 92를 기록한 뒤 이달 78로 주저앉았다.

서울 내 아파트 매물 적체도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977건으로, 한 달 전(6만1024건)보다 6.4% 늘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기준 증가율 5위 수준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하반기에는 상반기 관망세에 머무르던 수요가 풀리면서 거래량은 소폭 늘겠지만 증가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 신호가 나오지 않아야 매매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