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자 배출 상위권 고교와 자율형사립고 3학년의 약 70%가 이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과 취업난이 심각한 데다 문·이과 통합수능 시행에 따라 대학 입시에서 문과가 불리하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다. 문과 계열에서는 우수 학생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종로학원이 전국 자사고 28개교,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24개교 등 전국 52개 고3 문·이과 반을 분석한 결과 이과 비율이 68.4%로 집계됐다. 사회탐구 선택은 문과로, 과학탐구 선택은 이과로 분류됐다.
2015학년도(수능 응시자 기준)의 경우 이들 52개교 문·이과 비율은 문과 46.3%, 이과 53.7%로 사실상 반반 수준이었다. 8년 후인 현재 10명 중 약 7명이 이과인 것을 고려하면, 이과 쏠림 현상이 명확해진 것이다.
특히, 지방소재 지역 자사고 4개고 학생의 이과 선택 비율은 81.6%에 달했다. 부산 해운대고와 인천포스코고의 경우 문과 1반을 빼고 모두 이과였다. 대전대성고와 충남삼성고도 과탐 선택 비율이 각각 80%, 70%에 수준이다.
상위권 학교 외에도 전체적으로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추세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 40.9%였던 과탐 응시자 비율은 지난해 48.9%로 8%p(포인트) 상승했다.
이들이 이과를 가는 이유는 굳이 문과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서다. 선호도가 높은 대부분의 의·약학 계열을 비롯한 상위권 이과 계열은 과탐 등 필수 과목을 지정하지만, 인문 계열은 별다른 제약이 없다. 이과생들은 자유롭게 문과 교차지원이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여전히 어려운 셈이다.
특히 통합수능 시행으로 인한 표준점수 차이가 이 같은 경향에 불을 지폈다. 문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영역 '확률과 통계' 표준점수가 이과 학생들이 선택하는 '미적분'·'기하' 보다 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만점을 받더라도 표준점수에서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교육부에 반도체 인력 양성을 주문하면서 이과 선호도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과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유망 대기업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사실상 문과에서 우수 학생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통합수능 1년 차인 지난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문과 합격점수는 대폭 하락했다. 서울권 소재 대학 문과 선발 비율은 51.9%로 문과 비중이 조금 높은 상태에서 이 같은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단순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현상을 가볍게 볼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과 쏠림현상에 대한 문과대학들의 구조조정, 발전 방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