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7년 간 한-일 항로에서 해상운임 담합을 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이하 선사) 15곳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800억 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올해 1월 처음 제재가 이뤄진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건(과징금 962억 원)을 포함하면 담합 선사들에 총 1700억여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다.
공정위는 한-일 항로에서 2003년 2월~2019년 5월 총 76차례 운임을 담합한 15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800억 원을 부과한다고 9일 밝혔다.
15개 선사는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범주해운, SM상선, HMM, 장금상선, 천경해운, 팬오션, 팬스타라인, 태영상선, 흥아라인(국적선사)와 SITC(외국적선사)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선사들은 해당 항로 운임을 인상 및 유지할 목적으로 약 17년간 최저운임(AMR), 각종 부대운임의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격 등 제반 운임에 대해 사전 담합했다.
선사들은 합의 실행을 위해 다른 선사들의 화물을 서로 침탈하지 않기로 하고, 자신의 기존 거래처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거래 선사 보호’에 합의, 운임경쟁을 제한했다.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맹외선을 이용하거나 합의된 운임을 따르지 않는 화주에 대해선 공동으로 선적을 거부했으며 심지어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화주에 대해서도 운임을 수용하겠다는 서면 답변서를 받을 때까지 선적을 거부해 운임 인상을 관철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임 합의를 어긴 선사에는 6개월간 선복 제공을 중단하고 위반이 누적되면 공동운항에서 제외하는 등의 벌칙을 적용했다. 운임 합의 실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중립감시기구 등의 이름으로 감사를 하고 벌과금을 부과했다.
선사들은 또 자신들의 운임 담합 및 기거래 선사 보호, 선적 거부 등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담합을 은폐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한-일 항로 담합 선사들은 2008년 한 해에만 620억 원(비용 절감 120억 원·추가 부대비 징수 500억 원)의 수익을 달성하는 등 운임 수입을 늘리고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한-중 항로에서 2002년 1월~2018년 12월 총 68차례 운임을 합의한 27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27개 선사는 고려해운, HMM 등 국적선사 16곳과 SITC 등 외국적선사 11곳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의 준수를 독려한 한-일 항로의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대해서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400만 원을 부과했다. 한-중 항로의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한-중 항로 담합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 국장 "한-중 항로는 양국 정부가 해운협정과 해운협정에 따른 해운회담을 통해 선박 투입량 등을 오랜 기간 동안 관리해 온 시장"이라며 "공급물량 등이 이미 결정돼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운임 합의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나 그에 따른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시정명령만 부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해당 항로에서 시정명령을 어기고 담합이 또 다시 이뤄진다면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해운업계는 운임 담합이 '운임·선박 배치, 그 밖의 운송 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 행위를 할 수 있다'는 해운법 제29조에 의거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해양수산부 역시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해운업계에 동조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선사들이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조 국장은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 성립을 위해서는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고, 신고하기 전 화주단체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협의해야 하는 등의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며 "부당한 운임 인상 등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선사들은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뿐더러 화주에 대한 보복 등의 부당행위도 이뤄져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로 장기간 이뤄진 해운사 운임 담합 사건 처리가 종결됐다. 공정위는 올해 1월 2003년 12월~2018년 12월 한-동남아 항로 운임을 담합한 HMM 등 23개 선사에 대해 96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수출입 화주 피해 예방을 위해 선사들의 공동행위에 대한 해운당국의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수부와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