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낮췄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8%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또한 2.5%로 하향했고, 물가 상승률도 3.8%로 올렸다.
OECD는 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OECD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을 발표했다.
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2월 전망치(3.0%)보다 0.3%포인트(P) 낮은 2.7%로 하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2.7%P 높은 4.8%로 상향했다. OECD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4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인 2.5%보다 0.2%P 높고, 한국은행의 전망치와 같다. 내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0.2%P 하향한 2.5%로 예측했다.
OECD는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견조한 수출에도 소비 회복 지연으로 인해 회복세가 둔화됐고, 우크라이나 사태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이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시현한 가운데, 방역 규제로 부진했던 소비는 거리두기 해제로 회복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대(對) 러시아 교역·금융·에너지 비중이 높지 않아 우크라 사태로 인한 직접 영향은 크지 않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 상승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네온가스 가격이 급등했지만, 재고 비축과 수입다변화, 국산화를 통해 반도체 생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OECD는 우리나라의 민간소비가 높은 면역수준, 거리두기 해제, 추경효과, 가계저축률 정상화에 따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과 공급망 차질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쳐 소비회복 속도는 완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업투자는 핵심산업의 대규모 투자 등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우크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희귀가스 재고소진으로 반도체 생산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상승률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에 따라 내년 국제유가의 추가상승을 전제로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우리 정부에 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정적 관리와 취약계층을 목표로 한 재정 지원, 구조 개혁, 그리고 공급망 복원력·에너지안보 제고 등의 정책 방향을 권고했다.
우선, 통화정책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정책은 보편적 지원을 축소하되 취약계층 지원을 목표로 인플레이션 관리 및 구조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OECD는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노동·자본의 재배분을 촉진하고, 사회안전망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급망 관리 거버넌스 구축이 일관되고 증거에 기반한 정책수단 마련과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에너지안보 제고를 위해 새 정부의 원전 정상화 계획과 함께 배출권 총량 조정 등 친환경 전환 가속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4.5%)보다 1.5%P 낮은 3.0%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평균 물가상승률은 기존 전망보다 4.4%P 높은 8.8%로 전망했다. OECD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봉쇄 영향 등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되고 물가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봤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경우 1.2%P 하락한 2.5%, 중국은 0.7%P 낮춘 4.4%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도 10.0%P 더 떨어진 -12.7%로 예상됐다. 일본은 당초 예상보다 1.7%P 낮은 1.7%로 예측됐다.
OECD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악영향 심화, 물가상승 압력 확대·장기화, 통화 긴축 과정에서의 금융시장·신흥국 부실 촉발 등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제시했다. 향후 정책 방향으로는 백신·식량 공급과 관련된 국제적 협력, 거시 경제 여건에 따른 통화 정책 정상화, 취약계층 타게팅 지원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