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1%에서 2.9%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WB는 7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월 전망치였던 4.1%와 비교해 1.2%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WB는 내년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보다 0.2%P 낮은 3.0%로 전망했다.
WB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4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인 3.6%보다 0.7%P 낮고,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4.5%)보다 1.6%P 낮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의 주요 원인으로는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급망 불안정성, 재정·통화 긴축정책 등이 제시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 시장의 가격 급등 및 불안정성이 심화했고, 농산물 가격 상승이 개발도상국의 빈곤 악화 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선진국의 통화 긴축정책을 야기했고, 이는 이자비용 증가에 따른 개도국의 재정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WB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WB는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높인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현상으로, 1970년대 오일쇼크 때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WB는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장려하고 투자 제한을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장, 거시 경제 프레임워크 강화, 재정 불안정성 완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 강제적이고 다각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역별로 보면,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은 1월 전망보다 1.2%P 하락한 2.6%로 전망했다. 미국은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과 재정·통화 긴축정책, 공급망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1.2%P 하락한 2.5%로 예상됐다. 유로존은 주요 국가들의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초래됐고, 이로 인해 1.7%P 낮아진 2.5%로 전망됐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은 1.2%P 하락한 3.4%로 예상됐다. 불완전한 팬데믹 피해 회복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기본필수품 소비 비중이 높은 신흥·개도국이 더 큰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WB는 이들 국가의 약 70%에 대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의 경우 0.8%P 하락한 4.3%, 인도는 1.2%P 하락한 7.5%로 각각 전망됐다.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도 11.3%P 더 떨어진 -8.9%로 예상됐다. WB는 매년 2회(1월, 6월) '세계경제전망'을 발간하며,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별도로 발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