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 주식ㆍ채권 균형 전통적 투자 방식서 벗어나고 있어
사모펀드 시장 7500조원 이상으로 커져
글로벌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도 사모펀드를 통한 비상장 주식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밀리오피스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사모펀드 비중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인 2019년 15%에서 지난해 20%로 커졌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전체 자산군에서 가장 큰 비중이다. 패밀리오피스는 부유층 가문의 자금을 직접 운용하거나 투자 자문 역할을 하는 운용사를 말한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이들 패밀리오피스가 사모펀드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지 않고 늘릴 계획이라는 점이다. 최근 스위스 은행 UBS가 평균 운용자산 20억 달러(약 2조5100억 원) 이상인 약 200개 패밀리오피스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 운용사가 향후 5년간 사모펀드를 통한 비상장주식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주요국이 긴축 정책 모드에 돌입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사모펀드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UBS 글로벌 패밀리오피스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맥스 컨켈은 “확실히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통화정책의 변화가 사모펀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특히 시장의 유동성이나 레버리지에 의존, 특정 이슈나 테마에 의존했던 주식에 투자한 펀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위험에도 억만장자들이 사모펀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여전히 시장수익률 이상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컨켈 CIO는 “패밀리오피스가 실사 기준을 한층 더 강화하는 동시에 비상장 기업의 경영진과의 오랜 관계를 십분 활용해 거래 기회를 찾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들 패밀리오피스는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 채권 투자 익스포저는 앞으로 더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억만장자들이 주식 헤지수단으로 채권에 투자해 밸런스를 맞추는 전통적인 투자 스타일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패밀리오피스의 63%가 우량채권이 더는 투자 포트폴리오 위험을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사모펀드에 지나친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패밀리오피스 특성상 이들의 투자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시장 차원의 투명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모펀드끼리 사고파는 사이 기업가치의 버블이 생긴다고 FT는 지적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6조 달러(약 7539조 원)가 넘는다.
또한 팬데믹 기간 동안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자금까지 사모펀드에 몰리게 될 경우 우량 거래에 대한 투자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도 제기된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