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에서 아이를 낳아 베이비박스에 버린 젊은 엄마 소영(이지은)이 자신의 죄를 따져 묻는 형사 수진(배두나)에게 소리치는 말이다. 출산 뒤 유기하는 것에 비해 임신 중단(낙태)의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취지의 대사인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따르면 칸영화제 최초 상영 이후 외국 관객에게 ‘임신 중단 권리에 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준 영화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소영 역을 연기한 이지은 역시 7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 대사를 두고 “내 신념에 맞는지 아닌지 판단했다”고 했다. 다만 “고레에다 감독님께서 상세히 설명해주셔서 의문이 생긴 지점을 완벽하게 해결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지은은 “배두나 선배님과 대립하는 그 신에서의 대사가 소영이라는 인물 개인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거리낄 게 없다. 내가 아니라 그 ‘인물’로 연기에 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윤리적으로 지탄받아야 하는 역할들은 절대 소화해내지 못할 테니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내 신념에 맞는지 아닌지 판단했던 건, 그게 소영이의 가치관인지 아니면 이 영화의 주제인지였다”라고 짚었다. “(배우로서) 내가 참여하는 작품이, 인간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신념이나 가치관과 너무 다른 지점에 있으면 참여에 고민이 굉장히 많아질 것 같았다”는 말이다.
이지은은 이 대사가 “이 영화의 근본적인 주제인지” 물었고, 고레에다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답하며 장면의 맥락을 설명해줬다고 한다.
이지은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이같은 답을 들은 뒤, 캐릭터의 생각이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그걸 연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고 판단하고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이 대목은 고레에다 감독 역시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던 부분이기도 하다. 고레에다 감독은 3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칸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서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임신 중단 권리에 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임신 중단은 분명히 여성의 권리”라고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등장인물을 통해 내 생각을 대변시킬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해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다만 ‘브로커’에서는 아이를 낳은 뒤 어쩔 수 없이 버릴 수밖에 없었던 젊은 엄마라는 설정을 두고 “소영이라는 인물이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 대사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베이비박스와 생명을 둘러싸고 여러 입장을 가진 인물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여러 생각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했다.
‘브로커’는 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