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일정이 후반부로 달려가는 가운데, 황금종려상이 나오는 경쟁 부문 상영작 중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우세한 입지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장 큰 경쟁작은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게돈 타임'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는 ‘기생충’으로 이름을 떨친 주연 배우 송강호를 중심으로 상업적 가치에 중심을 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생충’ 만큼 압도적 지지 받은 작품은 없어
‘헤어질 결심’에 대한 현지 평론가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특히 영국 영화잡지 스크린인터내셔널이 섭외한 평론가들이 매긴 점수표(jury grid)에서 ‘헤어질 결심’은 3.2점으로 최고점을 기록 중이다. 평가 지표는 별표(★)로 최고 4개(★★★★)까지 줄 수 있는데, ‘헤어질 결심’은 스크린인터내셔널과 프랑스 영화매체 포지티프(positif)로부터 4개를 받았다. 현재 경쟁 부문에 오른 21편 중 16편의 점수가 집계된 상황이다.
뒤를 잇는 작품은 2.8점을 기록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게돈 타임'이다. 미국 퀸즈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로 명배우 앤소니 홉킨스와 할리우드 스타 배우 앤 해서웨이가 출연했다. 촬영감독은 ‘옥자(2018)'의 다리우스 콘지가 맡았다. 이투데이도 경쟁 부문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꼽은 바 있다.
다만 현지에서는 ‘헤어질 결심’보다 ‘아마게돈 타임’을 더 우세하게 꼽는 평론가도 많다. 프랑스 영화매체 르필름프랑세(Le Film français)가 섭외한 평론가 점수표(les etoiles de la critique)에 따르면 황금종려상 예상작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 건 '아마게돈 타임(5표)'이다. 이들은 칸영화제를 상징하는 ‘잎새 로고’를 선사하는 것으로 최고 작품을 지목하는데, ‘아마게돈 타임’의 뒤를 잇는 건 러시아 감독의 '차이코프스키 와이프(4표)'다. '헤어질 결심'은 2표를 받으며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상영작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만큼 압도적 지지를 받는 작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2019년 제72회 칸영화제 당시 스크린인터내셔널은 ‘기생충’에 3.5점 최고점을 안겼다. 르필름프랑세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에 11표로 최고의 지지를 보냈지만, ‘기생충’에도 무려 10표를 선사했다. 올해는 그만큼 사랑 받는 작품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후 공개될 '브로커'나 '쇼잉업' 등 다른 경쟁 출품작 점수도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26일 현지 상영된 '브로커'의 평가는 다소 갈렸다. 황금종려상을 탔던 ‘어느 가족(2018)'에 이어 이번 작품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늘 해왔던 ‘가족'의 범주 안에서 “소속되어야 할 필요성, 같은 영혼을 가진 이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 집이라고 부를 만한 곳을 찾고 싶다는 열망을 다룬다”(스크린인터내셔널)는 온건한 평가가 나온 한편, 베이비박스에 놓인 갓난아이를 가로챈 두 브로커(송강호, 강동원)를 “마음에 낭만을 품은 결점 있는 남자로 그저 사랑스럽게 그린다”(가디언)는 비판도 나왔다.
'기생충'으로 전 세계 영화계에 얼굴을 알린 송강호가 출연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보도도 다수 나왔다. “송강호의 익숙한 얼굴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명성은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이 감상적인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을 줄 것”(스크린인터내셔널)이라는 평가다.
CJ ENM에 따르면 ‘브로커’는 이미 "전 세계 171개국에 선판매"됐다. '171개국'이라는 숫자가 각국의 배급사들이 중복으로 담당하는 지역을 중복 집계한 수치이기는 해도, 북미에서 네온(Neon)이, 프랑스에서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픽처하우스(Pictuure house)가, 일본에서 가가(Gaga)가 배급, 개봉을 확정하면서 상업적 기대감이 치솟은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경쟁 부문에서 최종 선정되는 황금종려상은 28일 저녁 7시(현지 시각)부터 열리는 폐막식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