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6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 노동계가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다만 임금피크제 유효 여지를 남겨 둔 점엔 아쉬움을 드러냈다.
양대노총인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당연한 결과"라며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시점에 임금을 점진적으로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2000년대 초에 도입됐다.
한국노총은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 신규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거의 반강제적 방식을 취했다. 제도가 도입된 지 만 5년을 넘겼지만, 도입 사업장에서 청년 일자리가 느는 효과는 미미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만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 시행 시 별도 직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실제로 현장에 중요치 않은 업무가 대부분"이라며 "이로 인해 오히려 숙련된 실무 인력이 감소해 해당분야 노동자들의 업무강도가 증가해 불만이 쌓이고, 인건비 규제로 수당 삭감 등 조직 내 갈등은 심각해졌다. 임금을 다소 양보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한다는 본래 취지는 전혀 실현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노총은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화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보였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무효 판단 근거로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대상 조치의 미흡',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차별' 등을 제시했는데 이런 요소들이 제거되면 임금피크제가 유효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법원은 판결 후 "임금피크제의 효력은 개별 사안별로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장지침 등을 통해 노조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에 나설 것을 독려할 방침이다.
민주노총도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에 충실한 전향적인 해석"이라며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임금피크제 유효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 도입 등 임금피크제 유효 여지를 남겨둔 것은 통상임금 사건에서 '신의칙(모든 사람은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을 끼워 넣어서 자본가들의 퇴로를 만들어 줘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경영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고용 안정을 위해 노사 간 합의 하에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번 판결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당장은 일선 현장에서 대규모 소송과 임금 차액 지불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