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책정 가치 도달하려면 쿠팡보다도 주가매출비율 높아야
새벽 배송 앱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의 기업공개(IPO)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영 안정성을 위한 우호 지분 확보, 일정 수준 이상을 넘겨야 하는 기업 가치 등 장애물이 산적해서다. 이 탓에 컬리가 연내에 상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컬리의 예비심사 결과는 이달 30일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거래소가 컬리의 상장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면 상장예비심사에서 ‘승인’ 결정을 한다. 이후 컬리는 증권신고서 제출 및 공모-신규 상장심사 등을 거쳐 증시에 입성하게 된다.
반대로 컬리가 경영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한국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를 유예할 수 있다. 예비심사는 발생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미룬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예기간은) 짧으면 일주일, 길면 2~3개월”이라고 말했다.
컬리의 첫 번째 장애물은 김슬아 컬리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다. 상장을 심사하는 거래소의 기업 상장 요건 중 하나는 경영 안정성이다. 대표가 상장 이후에도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가졌는지 살피는 차원이다. 컬리가 시리즈 F(여섯 번째 투자)까지 받으면서 김 대표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5.75%까지 떨어졌다.
컬리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공동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컬리는 김 대표를 포함한 주요 FI 등 우호 지분 20%를 확보하고 상장 후 2년간 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보호예수확약(락업)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20%가 거래소 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상 경영 안정성을 위한 최소 수준이라는 점이다. 거래소는 경영 안정성을 평가하면서 양뿐만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살핀다. 예를 들어 상장하려는 기업이 확보한 20% 중 19%가 대표의 지분인 케이스와 1%만 대표 지분인 케이스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이다.
컬리가 예비심사에서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장애물은 남아있다. 기업 밸류에이션이다.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상장 대상 기업은 상장 전에 투자한 투자자들과 IPO 협의를 한다. 이때의 핵심은 기업 가치다. 투자자가 투자 당시 평가한 기업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로 상장해야 투자자가 상장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IB 업계에 따르면 컬리의 주요 FI들은 컬리의 가치를 4조~4조5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컬리가 4조5000억 원 이상으로 상장될 확률은 희박하다. 네이버와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쿠팡보다 더 높은 주가매출비율(PSR)을 적용해야만 FI들이 원하는 수준을 맞출 수 있어서다. PSR는 회사의 가치를 구하는 지표 중 하나로, 현재 기업의 재무구조보다 매출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신생 기업을 평가할 때 쓰인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PSR는 2.8배다. 같은 시기 컬리가 1조5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을 고려했을 때, 시총 4조5000억 원이 나오려면 PSR는 2.88배여야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마켓쉐어(시장점유율) 상위 업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도 PSR가 그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쿠팡보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컬리가 쿠팡 이상의 PSR를 적용받는 건 어려워 보인다. 최근 들어 쿠팡의 PSR가 1배 수준에 머물고 있어 컬리가 더욱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한편, 전 세계적 긴축 기조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IPO 시장이 냉각된 것 역시 컬리 상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달 IPO 발행 규모는 전달보다 34.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