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만 해도 6월 안에 IPO 제도 수정안을 내놓겠다던 금융위원회의 태도가 완화됐다. 수정안이 더 늦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의 IPO 규제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사태로 촉발됐다. 올해 초 LG엔솔 청약 당시, 1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자본금 1억 원에 불과한 운용사들이 최대치인 9조5625억 원(3187만5000주)의 주문서를 제출하는 등 자금력에 맞지 않는 물량을 신청했다. 이 탓에 IPO 경쟁률이 과도하게 오르면서 공모가는 최상단에서 결정됐다.
금융위는 제2의 LG엔솔 사태를 막기 위해 IPO 제도 전반을 다듬을 예정이었다. 핵심은 기관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청약을 신청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관의 자본금, 자본조달력 등을 주관사가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청약 물량을 배정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금융투자협회가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조건을 충족한 투자일임사(△업력 2년 이상 △전체 투자일임재산 합계 50억 원 이상)만 청약 신청을 할 수 있게 한 데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IPO 시장의 활황이 꺼지면서 금융위가 제도를 추진하는 데 부담이 커졌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안 그래도 IPO 시장이 경직됐는데, 이번 조치로 IPO 문턱까지 높이면 경직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처럼 IPO가 뜨거웠을 땐 (관련 제도가) 말이 되는데 현재 상황에서 (제도를 발표하는 게) 맞는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6일 올해 IPO 대어로 꼽히던 SK쉴더스 등 올해만 벌써 6곳이 상장을 철회했다. SK쉴더스의 경쟁률은 200:1 이상으로 전망됐지만 마감 직전 취소 물량이 나오면서 100:1을 겨우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원스토어 역시 기관 예측에서 100:1에 못 미치는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태림페이퍼, 대명에너지 등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잇따른 IPO 철회는 투자 심리 위축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긴축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투심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만 11% 넘게 하락했고 지난해처럼 ‘묻지마 공모주 투자’는 멀어지는 분위기다. SK쉴더스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글로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시장 참여자들은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인 컬리와 쏘카 등 하반기 대어들이 일정대로 IPO를 추진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컬리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쏘카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아직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진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