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가입 득실] 뷰티ㆍ식품업계 '노심초사'…"제2의 사드 사태 올 수도"

입력 2022-05-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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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수출 1629억불…전체 25% 1위
한국 경제 영향력 막강…미 비중은 15%
뷰티ㆍ식품업계 "중국측 반응 파악 중"
중국 비중 낮은 건설ㆍ금융 영향 적을 듯

정부가 미국이 추진하는 역내 경제협력 구상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기로 18일 확정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7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가 재현되는 ‘제2의 사드 사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PEF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중심의 경제공동체로 G2의 패권전쟁과 맞닿아있다.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한 아세안이 가입을 망설이자 출범이 지연됐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순방 기간 IPEF 결성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수출국 1위 ‘중국’…한국 GDP 기여율 가장 커

한국의 IPEF 참여가 실물, 금융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중국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수출 1위 국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629억4000만 달러다. 전체 수출액 6445억4000만 달러의 24.5%를 차지했다. 같은 해 미국 수출액은 959억 달러(14.8%)였다.

중국의 한국 GDP(국내총생산) 기여도도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의 최종 수요가 한국 GDP에 기여한 비중은 7.5%로 해외 국가 중에서 가장 컸다.

자동차‧전자‧건설 업계 후폭풍 ‘예의주시’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완성차와 정보기술(IT)ㆍ전자 업계는 IPEF 참여에 따른 후폭풍에 긴장한 모습이다.

완성차 업계는 과거 사드 사태의 여파로 현지에서 고전하고 있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목전에 뒀던 현대차그룹은 현재 3% 안팎의 점유율마저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마른 수건을 짜내고 있다. 이미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베이징과 옌청의 완성차 공장 한 곳씩을 폐쇄하거나 매각했다.

중국 시장의 성패가 동아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추가 보복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완성차 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IT‧전자 업계도 중국 측 반응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PEF는 마치 편가르기와 같은 것인데 중국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며 “미‧중 간 갈등이 큰 상황에서 제2의 사드사태가 일어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건설 업계는 대중국 무역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기존 공사 중단, 해외 수주 시 중국 업체 컨소시엄 구성 지연, 중국인 대상 국내 관광지 개발 무산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 당시에도 각종 협력 사업 등이 무산된 바 있다”고 말했다.

유통 업계 ‘불매 운동’ 노심초사

최근 중국의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으로 타격을 입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뷰티 업체들은 사드 사태 때처럼 불매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과거 사드 논란 여파로 K뷰티 화장품 브랜드 점유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8%에서 지난해 0.8%로 미끄러졌고, 라네즈와 마몽드도 2016년 각각 0.9%, 0.3%던 점유율이 지난해 0.6%, 0.1%로 떨어졌다. LG생활건강의 숨도 2019년 0.5%였던 점유율이 지난해 0.3%로 내려갔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반발이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다”면서 “영향 등을 파악 중이다”고 전했다.

식품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오리온과 삼양식품 등 중국 진출 업체들은 현지에서 식품안전 논란에 휘말리며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된서리를 맞아야 했다.

오리온의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은 4월 기준 37%에 달한다. 올 1분기 삼양식품의 중국 매출 비중 역시 19%가량으로 해외 매출의 33%를 차지하며, 농심 전체 매출에서도 중국 비중은 14.3%로 적지 않다. 식품 업체 관계자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 같으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기업금융 부문 타격 예상

금융권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과거 사드 사태처럼 중국이 우리 기업에 압박을 강행할 경우 국내 금융회사들도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사드 보복으로 중국 사업 실적이 줄어든 바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은 국내은행의 해외 점포 중 자산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중국 점포 자산은 총 323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해외 점포 총자산(1832억2000만 달러) 중 17.7%에 달하는 수치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당시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현지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업무를 주로 진행하는 은행들이 노심초사하고 중국 당국의 눈치를 봤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해외 진출한 금융회사 등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기는 이른 상황으로 판단되지만, 금융회사나 거래하는 기업들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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