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포식 중대재해법, 개정 또는 폐지 필요해”

입력 2022-05-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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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71.5% 올해, 25.1% 23년 이후 개정 또는 폐지해야
안전 활동 그대로 49.2%, 감소 8.5%로 과반수 부정 응답
정만기 KIAF 회장 “대폭 개정이나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로고. (연합뉴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로고. (연합뉴스)

올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의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17일 ‘시행 100일 중대재해처벌법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제21회 산업발전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중대재해법에 관한 기업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 295곳 중 71.5%는 올해 안에, 25.1%는 2023년 이후 법시행 결과를 살펴본 뒤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체의 96.1%에 달하는 기업이 중대재해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과반수의 기업은 중대재해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응답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산업안전 활동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49.2%, 오히려 감소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8.5%였다. 산업안전 활동이 늘었다고 응답한 기업은 38.6%, 매우 늘었다고 답한 비율은 3.7%에 그쳤다.

이밖에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경영 활동 위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기업의 35.3%는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노동의 기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25.4%는 사업축소나 철수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전체 평균보다 높은 43.3%가 신규채용 축소나 노동 기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만기 KIAF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KIAF 조사 결과 중대재해법은 기업 현장의 안전 확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도 고용이나 사업 축소 등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를 제기하는 등 비용투입 대비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현장의 안전 확보는 인과관계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경영책임자를 문책하는 무대포 방식이 아니라 사고발생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정교한 대책을 요구하는 과학적 방식에 의해 달성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나 국회는 중대재해법 대폭 개정이나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근우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그 입법 동기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거칠게, 조급하게 입법됐다”라며 “예방이 목적이라면 처벌 규정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정부가 기업의 안전설비 확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한 정책적 뒷받침 후에도 기업주가 안전설비 확충과 작업문화 개선을 외면한 경우여야 지금보다 더 강한 형벌 부과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진 발표에서 정광하 KIAF 부설 미래산업연구소장은 “사고 사망자와 사망자 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업무상 사고 사망자 수 비율) 모두 2017년부터 감소추세(사고사망자 2017년 964명→ 2021년 828명, 사고사망 만인율 2017년 0.52명 → 2021년 0.43명)인 시점에 중대재해법을 시행해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산업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중대재해 및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를 개정하여 과도한 처벌 완화 및 처벌 대상 명확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해외사업장을 제외 △처벌 규정을 현재의 하한형 형벌에서 상한형 형벌로 개정 △의무범위가 과도하게 넓고 추상적인 안전보건 의무 조항 삭제 △근로자 경각심 제고를 위해 안전 규정을 위반한 근로자의 처벌 규정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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