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ㆍ바텀업 방식 아이디어 제안 '상상비행기' 적극 활용
“타사의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실천 실패 사례를 보니 대부분 커뮤니케이션 실패가 원인이었습니다. 저희 제주항공 ESG TF는 탑다운이 아닌 바텀업 구조를 지향합니다. 직원들 스스로 의지를 낸다면 ‘우리 회사가 진짜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겠다’고 깨달았습니다.”(이대우 제주항공 대외협력팀장)
11일 김포공항 항공지원센터에 있는 제주항공 사무실에서 제주항공 ESG TFT 간사인 이 팀장을 비롯해 이주원 대외협력팀 과장, 장수정 대외협력팀 대리를 인터뷰했다. 글로벌 ESG 기조에 발맞춰 제주항공은 지난 3월 15일 자로 15개 팀에서 20명이 ESG 관련 업무에 참여하는 TFT를 출범했다. 제주항공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1년 상장기업 ESG 평가 및 등급에서 2020년 대비 1단계 상승한 ‘B+등급’을 받았다. 이는 대한항공에 이어 동 업계 두 번째 순위다.
2022년 평가는 올해 10월 발표를 앞뒀다. 녹록지 않은 업황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은 오는 6월까지 목표로 한 홈페이지 정보공시작업뿐 아니라, 사내 인식 제고에도 중점을 둔다. 이 과장은 “경주는 아니지만, 업황을 탓할 게 아니라 사내 인식 개선이란 내실을 다져 내년도 흑자전환 시기에 준비된 동력으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들 세 사람은 현업부서와 경영진의 중재자이자, ‘퍼실레이터’(사내소통가)를 자처한다. ‘ESG’ 실천에 진심인 TF구성원들은 대회의실에서 모이기보다 일대일 피칭을 주력하는 게 특장점이다. 이 팀장은 “이 과장, 장 대리 본인들이 힘들 테지만 개별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사내 인식 개선 내재화에 근간”이라고 치켜세웠다. 산업계 전반에서 각 사내 ESG 위원회를 속속 출범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외부 평가 지표를 의식한 등급 관리에만 기울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과장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구성될 것이다. 감사위원회 등 기존 위원회의 업무영역을 확대하거나 격상, 혹은 신설할지, 정관 규정부터 개정할 것인지 등을 두고 회사는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ESG 실천에서 중요한 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속도 경쟁이 아닌 진정성 있게 사내 인식을 높이자는 것이다. ESG 실천에 대한 직원들의 내실을 높인다면 지표는 따라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영업 출신 특성을 살려 임직원 참여도 높이기에 적극 나선 이 과장은 ‘미스터 ESG’라고도 불릴 정도다.
장 대리는 ESG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현주소를 점검하고자 설문조사와 바텀업 방식의 아이디어 제안 시스템인 ‘상상비행기’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장 대리는 “전 직원의 20%가 이틀 만에 설문조사에 참여했다”며 “문항을 통해 ESG 정보를 공유하는 목적으로도 활용했다. 또, 기내 조종사들의 아이디어로 객실 내 물 재고량을 줄여 기체 무게를 줄여 탄소 저감을 실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MZ 세대인 장 대리는 “ESG가 메가 트렌드임에도 외면하고 있는 회사도 많다. TF가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제주항공 직원 중에는‘샤이 ESG’가 많다는 사실도 새로웠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ESG 실천과 관련해 경영진께 ‘이젠 비용이라 생각하지 말고 투자’라고 강조 드리고 있다. 중장기적 투자란 인식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