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수급이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가 1인당 구매수량을 제한하자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식용유 공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구매수량 제한의 이유가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2개로, 코스트코 전 지점은 일부 식용유 제품에 한해 1인당 1일 1개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현재 1.9리터 제품에 한해 1인당 2개씩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식용유 수급 불안과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 더 많은 고객들에게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구매수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식용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 상승이 예상되자 미리 이를 구매하려는 ‘사재기’ 수요가 일부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구매제한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곡창 지역인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나면서 식용유도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식용유 공급난이 빚어지자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는 소비자 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고육책을 내놨다. 영국은 해바라기유 80% 이상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고 있다. 지난 달엔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자국 내 가격 안정을 위해 식품용 팜유와 팜유 원료물질 수출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팜유 가격까지 올랐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용유 가격도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해표 콩기름 식용유(900mL)의 5월 대형마트 평균 판매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7%가량 올랐다. ‘오뚜기 콩기름 100%(900㎖)’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55원)보다 27.5% 올랐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 수요가 많은 일반 대형마트나 SSM(기업형슈퍼마켓)에서는 판매 제한 조치가 아직 없다. 일반 대형마트 등도 언제든지 구매수량 제한에 나설 수 있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매수량 제한이나 관련 계획 등을 세우고 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심각한 상황인 것은 맞는 만큼 일 단위, 시간 단위로 주의깊게 살펴보면서 향후 추이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식용유 공급 업체들은 원가 상승 등의 문제는 있지만 당장 공급에는 차질이 없는데 유통사들의 구매 제한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식용유 제조사 관계자는 “구매수량 제한 등은 전적으로 유통사 권한이기 때문에 자세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면서 “포도씨유, 올리브유 등의 원자재 값이 많이 올라서 수급 자체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장을 풀가동중이고 유통채널 공급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사실 일반 가정에서는 1.9리터 제품을 하나 구입하면 1년 가량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면서 “식용유는 유통기한도 길지 않는데 사재기 수요를 이유로 대는 것은 궁색한 변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키우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일각에서는 마케팅의 일환이거나 향후 가격이 오를 경우 더 많은 마진을 보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창고형 할인점보다는 일반 마트나 슈퍼 등으로 소비 수요를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단순히 창고형 할인마트의 특성 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매장의 특성상 일반 마트처럼 다품종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어 수요가 몰릴 경우 대체재가 부족하다”면서 “혹시 모를 공급 이슈 등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