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756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6% 감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내놓은 실적 예상치(3380억 원)보다 훨씬 낮은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매출 또한 19.2% 줄어든 1조6450억 원에 머물렀다.
주력인 화장품 사업 부진이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은 6996억 원, 영업이익은 690억 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6%, 72.9% 감소했다.
생활용품(HDB) 사업의 1분기 매출은 5526억 원, 영업이익은 55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6.6% 감소했다.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LG생활건강은 설명했다.
음료 사업은 선전했다. 음료 사업의 1분기 매출은 3927억 원, 영업이익은 514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9%, 2.6% 상승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몬스터 에너지'가 성장을 견인했다.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7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했다. 매출은 9% 줄어든 1조2628억 원에 머물렀다.
양사는 그동안 코로나19 등 악재에도 탄탄한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총매출 8조915억 원, 영업이익 1조2896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이 8조 원을 넘는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꾸준한 화장품 판매량, 디지털 사업 강화 등이 효과를 봤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그룹 영업이익은 무려 136.4% 늘어난 3562억 원을 달성했다.
승승장구했던 양사 실적이 나란히 하락한 이유는 중국 코로나19 여파가 컸다. 중국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현지 화장품 시장이 제대로 타격을 받았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LG생활건강 해외 뷰티 사업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 의존도는 30%를 넘는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은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시장 다변화를 꾀한다. 특히 미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인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월 미국 헤어케어 전문 기업 파루크 시스템스와 함께 개발한 맞춤형 염모제 시스템을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미국 더크렘샵의 지분 65%를 1억2000만 달러(약 1530억 원)에 인수했다. 2012년 한국계 미국인 테라사와 로렌스 킴이 설립한 더크렘샵은 기초ㆍ색조화장품 등을 판매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미국 법인을 통해 현지 직영 온라인몰을 오픈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