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대·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를 조속히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계 민생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논의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진성준 을지로위원장, 오영환 의원, 강득구 의원, 이동주 의원, 양경숙 의원, 강민정 의원, 고민정 의원, 이장섭 의원, 최기상 의원, 김경만 의원 등 원내대표단이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납품단가 연동제는 지난 대선에서 양당 대선후보가 모두 약속한 공약인데 최근 인수위원회가 보여준 행보는 오락가락, 어영부영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인수위가 지난 20일 납품단가 연동제 공약을 파기한다고 발표했다가 반발이 일어나니 중장기 과제라고 슬그머니 말을 바꿔 대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납품단가를 자율조정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실상 결정권을 대기업에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상력 차이가 큰 현실을 감안하면 자율조정만으로 뿌리박힌 불공정한 관행을 근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곧이어 각 중소기업계의 호소가 쏟아졌다. 홍성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요 원자재인 구리가격은 국제시세에 따라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지만 부자재인 PVC컴파운드나 철강 등은 지난해 대비 100% 가량 올랐는데도 단가에 미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조 한국창호커튼월협회 회장도 "창호·커튼월 프레임의 주소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1년새 2배 가량 폭등해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단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건설사에 공문도 보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오는 11일 업계가 만나 전국 모든 현장의 공사 중단과 관련한 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호소했다.
국내 많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구매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다시 대기업에 납품하는 넛크래커 구조에 있다. 하지만 교섭력이 부족하고, 거래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압박에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비싸게 구입하고도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가 존재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거래단절 등 보복조치 우려로 사실상 활성화 되지 못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달 조사 결과 중소기업 95.4%는 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올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최대 15%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절반에 가까운 중소기업들이 원가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발적인 상생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비롯해 다양한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 불공정 제도를 타파해야 한다"며 "상생협력법 개정안, 하도급법 개정안과 같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보완책에 민주당이 속도를 내겠다. 간담회에서 모인 의견을 적극 반영해 법안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고, 소비자 물가가 더 뛰는 등의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