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대량의 종양 변이 기능을 한 번에 분석해 암세포 생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종양 변이를 확인하는 방법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종양 변이를 쉽고 빠르게 찾는 방법으로 향후 항암제 개발과 환자 맞춤형 암 치료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김형범(IBS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위원)·김영광 교수, 이승호 기초 전공의는 최근 염기변환 유전자가위(Base editor)로 수만 개의 종양 변이를 정상 세포에 일대일로 도입하고 한 번에 평가해 암을 만드는 종양 변이를 특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사람의 유전자는 네 가지 염기의 나열로 구성된다. 이의 일정한 나열 순서를 염기서열이라 부른다. 암 환자 염기서열에서 지금까지 수백만 개의 변이가 확인됐지만, 모든 변이가 암 생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암에서 많이 관찰되는 종양 변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암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종양 변이를 확인했다. 이 방법으로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힐 수 없고 관찰 대상이 발견 빈도가 높은 소량의 종양 변이에 국한됐다.
따라서 암을 초기부터 빠르게 치료하려면 암으로 발전하는 일부 종양 변이를 기준으로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판별하는 기술이 발전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은 정상 세포에 종양 변이(염기서열+염기변환 유전자가위)를 대량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염기변환 유전자가위는 표적 종양 변이만을 타깃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종양 변이의 기능을 기존보다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 약 3만 개의 종양 변이를 한 번에 평가해 암을 유발하는 변이를 특정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암 생성을 유도하는 변이 평가를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인 염기변환 유전자가위로 세포 하나에 변이를 하나씩 도입한 뒤 세포의 성장을 가장 많이 촉진하는 변이를 대용량 유전자 분석기술인 시퀀싱(sequencing) 기술로 관찰했다. 그 결과 세포의 성장을 크게 촉진하는 즉 암 생성에 관여하는 종양 변이 약 170개를 확인했다.
또한 종양 변이를 세포에 대량으로 도입 방법을 기반으로 폐암 환자에 사용하는 항암제 아파티닙에 내성을 보이는 종양 변이도 대량으로 확인했다. 이 기술은 향후 새로운 항암제를 만들 때도 사용할 수 있어 신약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표피생장인자 종양 변이(T790M)는 아파티닙에 내성을 보이며 폐암 세포를 활성시키는 변이로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표피생장인자(EGF)와 관련된 종양 변이를 생성한 뒤 정상 세포와 일대일로 대량 도입하고 아파티닙을 투여해 세포 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표피생장인자 돌연변이(T790M)가 있는 세포는 아파티닙 투여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증식하는 것을 재확인함으로써 발굴법의 효용성을 입증했다.
김형범 교수는 “대량의 종양 변이 기능을 한 번에 평가해 암으로 이어지는 종양 변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기반으로 종양 변이 치료제 개발에 더욱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영광 교수는 “이번 연구로 항암제에 내성을 유발하는 종양 변이를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종양 변이를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기술로서 향후 항암제를 개발할 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승호 기초 전공의는 “대량의 종양 변이 기능 평가 기술을 개발하면서 환자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치료에 활용하는 맞춤 의료에 한 걸음 나아갔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분야 신기술을 발표하는 세계적 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최신 호에 실렸다.